
배우, 연출가, 작가, 교수로 맹렬히 활동하고 있는 이항나는 공연 때마다 러시아 유학시절에 배운 ‘마리오네트’ 운동을 통해 긴장을 풀고 있다. 사진제공|조은컴퍼니
러시아 유학시절 지도교수에게서 배워
줄에 묶힌 인형, 줄 끊길때 모습처럼 운동
20년째 훈련…공연 전 몸 풀기에 딱이죠
도무지 나이를 먹지 않는 듯한 ‘뱀파이어 외모’를 지닌 여배우 이항나. 어느덧 40대가 되었지만 20대 대학생 역을 맡아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이항나의 7330 추천운동은 ‘마리오네트’이다.
마리오네트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실로 인형을 조작하는 인형극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항나가 추천하는 ‘마리오네트’는 어떤 운동일까.
이항나는 90년대 초 대학 졸업 후 러시아 유학시절 지도교수에게 이 운동을 배웠다고 했다. 엄밀히 말하면 운동이라기보다는 긴장이완 훈련에 가깝다.
● 내 몸에 매달린 여덟 개의 줄 … 하나씩 끊어가며 릴랙스∼ 릴랙스!
‘마리오네트’는 눈을 감고 자신이 인형이 되었다는 상상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손목, 팔꿈치, 정수리, 어깨, 목뒤, 허리 등에 자신을 조종하는 줄이 여덟 개 매달려 있다고 상상한다. 여기까지 완성이 되면 이제는 누군가가 이 줄을 위로 확 잡아당긴다. 인형이 된 나는 느닷없이 만세를 외치는 자세가 된다.
“다음은 하나씩 줄을 끊는 거예요. 목뒤, 정수리, 팔꿈치 … 허리가 마지막이죠. 여덟 개의 줄이 모두 끊어지면 나는 축 늘어지는 자세가 되겠죠? 이제 척추를 피라미드 쌓듯 하나씩 올리면서 허리를 세우는 겁니다.”
이 운동의 효과는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다. 배우들은 공연 전 몸을 부드럽게 풀기 위해 여러 가지 운동을 한다. 이항나는 “배우들마다 나름의 몸 풀기 노하우가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긴장이완이다. ‘마리오네트’ 운동은 신체 부분 부분이 차례로 릴랙스되는 느낌을 바로 받을 수 있다. 긴장을 푸는 데에 이 만한 게 없더라”고 했다.
이항나는 이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운동을 공연 전에 꼭 챙겨 하고 있다. 벌써 20년이나 됐다. 이 운동법은 소리 훈련서이자 배우 지망생들의 고전인 이항나 저 ‘보이스 오브 액팅’에도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 직접 쓴 연극 ‘그녀의 방’, 9월에 관객과 만나
최근 재일교포 극작가 정의신의 연극작품 ‘가을반딧불이’에서 ‘마쓰미’ 역으로 출연했던 이항나는 9월에 자신이 쓴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제목은 ‘그녀의 방-세 번째 이야기’. ‘노크하지 않는 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항나는 “작년에 작품을 잠시 쉬면서 두 편의 대본을 썼다. ‘그녀의 방’도 그 중 하나다. 눈이 막 내리던 날, 아이를 재워놓고 나와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고 정신없이 써내려가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마리오네트’ 운동은 제자들에게도 반드시 하라고 권하고 있다. 하루를 마감하고 숙면을 취하는 데에도 효과가 뛰어나다. 많은 분들이 직접 해보셨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마리오네트’는 긴장이완과 숙면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혹시 노화방지에도 대단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닐까. 기자의 요청에 ‘마리오네트’ 시범을 보이는 이항나 배우를 보고 있자니 엉뚱한 궁금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