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포항 전술 알고도 당한 수원

입력 2013-07-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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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와 수원 삼성의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가 열린 16일 포항 스틸야드. 경기 전 수원의 라커룸 화이트보드 상단에는 두 가지 강조 사항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①세컨드 볼 ②세트피스(전용구장)가 바로 그것. 수원 서정원 감독은 평소 취재진을 상대로 전술을 세세하게 풀어내기로 유명하다. 수원 관계자는 “우리가 (전술적인 측면을) 가감 없이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니냐”고 웃었다.

세컨드 볼은 공중 볼 등의 경합 과정에서 흘러나온 공을 지칭한다. 경기 중 셀 수 없이 많은 세컨드 볼이 나오고, 이를 따내야만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서 감독은 “볼을 따내기 위해선 선수들이 생각하는 속도나 대처 능력이 빨라야 한다. 공을 소유하지 않은 제 3자들이 영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포항의 강점이 바로 세컨드 볼 장악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포항은 2선이 중간에서 볼을 가로채고 빠르게 올라가는 플레이가 좋다. 대처 능력이 탁월하다”고 칭찬하면서도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두 번째는 세트피스. 전용구장에서 하는 경기를 특별히 강조했다. 이유가 있었다. 전용구장은 터치라인과 관중석의 거리가 짧다. 공이 바깥으로 나가면 볼보이가 재빨리 공을 던져준다. 경기가 빠르게 전개되는 것이다. 서 감독은 “경기 템포가 빠르게 진행돼 방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강한 집중력을 요구한 것이다.

서 감독은 미드필더 이용래를 키 플레이어로 꼽았다. 움직임과 위치 선정, 준비능력이 탁월해 포항의 강력한 미드필더 진영 앞에서 세컨드 볼을 따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집중력도 강하다. 이용래는 후반 들어 뛰어난 운동량과 위치 선정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서 감독이 경계했던 포항의 2선은 막강했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발을 맞춘 이명주, 신진호, 김태수는 강했다. 왕성한 움직임으로 체력적인 부담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명주는 전반 45분 고무열의 슛이 상대 수비 맞고 흐르자 정확한 오른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포항의 1-0 승. 세컨드 볼 상황에서 나온 득점이었다. 포항에서 정규리그 100경기를 기록한 황선홍 감독에게 승리를 선물한 것이다.

포항|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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