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추신수-류현진 맞대결, 한인 팬들 ‘감격’

추신수 류현진. 동아닷컴DB

류현진 하이라이트… 추신수-류현진 맞대결 관심 고조

28일(한국시간) 올 시즌 14번째 만원 관중이 들어선 다저스타디움에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1만 5천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한인 팬들은 류현진(26)과 추신수(31)가 소개될 때마다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틀 전 다저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4연전 첫 경기를 마치고 우연히 마주 친 아드리안 곤잘레스는 많은 한국 기자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며 "류현진과 추신수의 맞대결에서 누가 우세할 것 같나?"고 물었다.

한인 팬들은 물론 동료 선수들까지 큰 관심을 모았던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투타 대결은 아우 류현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류현진은 올 시즌 최고인 95마일(152km)의 강속구와 더욱 예리해진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아 형 추신수가 이끄는 레즈 타선을 7이닝 동안 2피안타(1홈런)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1회 첫 대결에서 볼넷을 허용했지만 3회 1루 땅볼로 처리한 후 6회번 세 번째 대결에서 뚝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는 등 2타수 무안타로 우위를 보였다.

이날 류현진이 잡아낸 삼진은 무려 9개. 지난 5월1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기록한 탈삼진 12개에 이은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특히 3회초 크리스 헤이지에게 3루타를 허용한 후 마운드를 내려 올 때까지 13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해 5만2천여 홈 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1-1로 팽팽히 맞선 5회초 레즈의 공격이 끝나자 다저스타디움에는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졌다. 인종을 불문하고 모두 말춤을 추며 흥겨움에 젖어 있을 때 갑자기 대형 전광판에 싸이와 송승헌의 모습이 클로즈업됐다. 잠시 쑥스런 표정을 짓던 싸이는 관중들의 환호에 못 이겨 가볍게 말춤을 추며 팬 서비스를 했다.

공격에서는 3타수 무안타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추신수는 6회말 후안 우리베가 친 우중간 쪽으로 빠지는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내 팬들의 박수 세례를 받았다.

승부는 5회에 갈렸다. 돈 매팅리 감독은 전날 4타수 3안타를 치는 등 최근 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던 칼 크로포드를 빼고 스킵 슈마커를 좌익수로 기용했다. 상대 선발 브론슨 아로요를 상대로 타율 0.375를 기록한 슈마커를 1번 타자로 출전시킨 노림수는 5회 1-1 균형을 깨는 투런홈런으로 적중했다. 가운데 담장을 넘긴 슈마커의 홈런은 아로요의 메이저리그 통산 300번째 피홈런으로 류현진에게 승리 투수 요건을 안겨줬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다저스가 4-1로 승리를 거둔 이날 류현진은 시즌 9승째를 따내며 평균자책점을 3.14로 낮췄다.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켄리 젠슨을 상대로 유격수 땅볼로 아웃된 추신수의 시즌 타율은 0.285로 내려갔다. 하지만 경기를 마친 후 추신수와 류현진은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돈독한 선후배의 우의를 과시했다. 역사적인 추신수와 류현진의 맞대결을 직접 지켜본 많은 한인 팬들의 얼굴에는 뿌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