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수원이 희망을 바라보는 이유

입력 2013-08-02 17: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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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하나를 넘어서니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다.

수원삼성은 8월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라이벌‘ FC서울과 숙명의 슈퍼매치를 앞두고 있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1라운드 열전이다.

수원이 처한 상황은 썩 좋지 않다. 모기업(삼성전자) 차원에서 진행된 운영비 절감 정책에 의해 용병 진용이 와해됐다. 프로 사령탑으로서 의지를 불태운 수원 서정원 감독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작년까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브라질 공격수 산토스가 현재 스쿼드에 남은 유일한 외국인 선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브라질 측면 날개 핑팡을 ‘기량 미달’을 이유로 일찌감치 계약해지한데 이어 스테보는 계약 만료로 최근 팀을 떠났다.

산토스 영입에 앞서 유일하게 남았던 공격수 라돈치치 역시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로 6개월 단기 임대됐다. 유일하게 믿을 구석은 북한 공격수 정대세였는데 그마저 7월 초 입은 부상으로 당분간 그라운드를 떠났다. 당초 서울 원정을 통해 복귀를 목표했지만 회복 기간이 다소 늦어지면서 8월 중순 이후에나 합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서 감독은 3월을 끝으로 자신이 구상했던 풍성한 스쿼드를 운영한 적 없다.

고비를 간신히 벗어났다 싶으면 전혀 예상치 못한 악재가 등장하곤 했다. 시즌 초에는 부상 이탈에 울상을 지었고, 지금은 용병 라인업 해체라는 변수를 맞았다.

하반기에 회복훈련 중인 플레이메이커 김두현과 경찰청에서 군 복무 중인 윙 포워드 염기훈이 복귀하지만 당장 활용할 카드가 없다. 7월31일 안방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20라운드 경기에서 수원이 안고 있는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쇄골 부상에서 갓 회복된 조동건이 원 톱에 나섰고, 그 뒤를 홍철-산토스-서정진이 받쳤다. 조동건과 홍철은 이 자리가 본래 포지션이 아니다.

조동건은 원 톱의 뒤를 책임지는 섀도 스트라이커 성향이 강하고, 홍철도 왼쪽 윙 포워드가 아닌 포백 수비라인의 풀백이다. 그럼에도 서 감독은 모험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수원은 최전방에 든든한 타깃맨을 세운 뒤 높이와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전략을 즐겨 구사해왔지만 사정이 사정인지라 궁여지책으로 포지션 체인지를 선택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홍철과 조동건이 골 맛을 보며 부산을 제압,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 원정을 준비하게 됐다. 4-2-3-1 포메이션이었지만 실제로는 ‘제로(0) 톱’에 가까웠다.

전방위적으로 공격수들이 번갈아가며 최전방과 후미를 소화했다. 서 감독도 “어쩌다보니 제로 톱이 됐다. 정대세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 조동건의 복귀와 측면과 중앙에서 힘을 실어줄 산토스가 왔지만 정작 골을 넣을 공격수가 사라졌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러한 변칙 전략은 서울전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은 최상의 베스트 라인업을 그대로 구사할 수 있다.

특히 데얀의 복귀가 서울에게는 엄청난 메리트다. 그래도 수원에는 믿을 구석이 충분하다. 서울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나오든지, 수원은 대부분 웃었다.

1-1 무승부로 끝난 4월 올해 첫 대결에서도 서울은 87분을 이기고 마지막 3분에 울었다. 예상치 못한 ‘서울 킬러’ 탄생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최근 수원 선수단에 감지되는 위기의식도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선수들은 용병들의 빈 자리를 효율적으로 메우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부산전 당시 여러 선수들이 다리에 쥐가 나서 쓰러졌다. 이는 모든 힘을 다 쏟아냈다는 의미였다.

자칫 나올 수 있는 ‘용병이 없으니 한계가 뚜렷하다’라는 평가도 피하고 싶다. 역시 용병이 전무한 채 오직 토종들로 스쿼드를 구성했음에도 시즌 내내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도 좋은 자극을 준다. 서 감독은 “똘똘 뭉치려는 자세가 보인다”며 희망을 노래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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