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KT가 선택한건 조범현의 야구열정

입력 2013-08-0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더 성장하고 발전된 모습이 없다면 현장 복귀는 욕심일 뿐이다.” 1년 6개월 전, 조범현 감독은 이 같이 말한 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새로운 진화를 위해 뛰었다. 그리고 KT 창단 감독으로 다시 돌아왔다. 스포츠동아 DB

“더 성장하고 발전된 모습이 없다면 현장 복귀는 욕심일 뿐이다.” 1년 6개월 전, 조범현 감독은 이 같이 말한 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새로운 진화를 위해 뛰었다. 그리고 KT 창단 감독으로 다시 돌아왔다. 스포츠동아 DB

■ 프로야구 10번째 심장 Kt wiz 초대감독 조범현

1000경기 이상 출전+KS 우승감독
31년 한국프로야구 역사의 산증인

KIA감독 퇴임후 꿈나무 지도·연수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땀흘린 열정
진화하는 야구, 그의 도전은 진행형


“야구공부 열심히 해야죠. 더 성장하고 발전된 모습이 없다면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은 욕심일 뿐입니다. 바쁘게 살겠습니다. 바쁘게.”

KT 창단 지휘봉을 잡은 조범현(53) 감독은 2012년 2월 3일, KIA 사령탑 퇴임 이후 처음으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했다. 이전까지 “KIA가 참 좋은 새 감독을 모셨다. 우승도 많이 하고 좋은 성적을 올렸으면 좋겠다”는 말로 ‘아름다운 퇴장’을 마무리한 그는 이날 처음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입을 열었다. ‘감독 복귀’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는 “더 성장하고 발전된 모습이 없다면 현장 복귀는 욕심일 뿐이다”고 답했다. 그리고 1년 6개월 후, 조 감독은 화려하게 현장으로 돌아왔다.

2011년 KIA 감독 퇴임 이후 많은 신문사에서 야구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갖춘 조 감독을 해설위원으로 영입하기 위해 애썼다. 복수매체의 청이 있었지만, 조 감독은 가장 먼저 제안한 스포츠동아와 약속을 지켰다. 덕분에 기자는 뒤로 물러서 있던 그를 조금은 가까이에서 지켜 볼 수 있었다.


#1. “지금 지하철이라서 오래 통화가 어려워요. 야구장 도착해서 곧장 전화 드리리다.” 2012년 조 감독은 스포츠동아에 ‘THIS WEEK’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연재했다. 그리고 5월엔 육성위원장을 맡고 있던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스케줄을 조정해 한 달 이상 일본에 머물며 일본프로야구를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했다. 컴퓨터 연결이 어려워 국제전화를 통해 기자에게 자신의 칼럼 내용을 불러주기로 한 날, 조 감독은 도쿄에서 홀로 지하철을 타고 야구장을 찾아가고 있었다. 대부분 한국프로야구 감독들은 자리에서 물러나면 경기감독관을 맡아 현장과 끈을 이어놓는다. 그러나 조 위원장은 이를 사양했다. 대신 육성위원장을 맡아 전국의 유망주를 가르쳤고 두 차례 일본으로 단기 연수도 다녀왔다. 9년 동안 프로야구 감독을 지낸 그였고, 나이도 오십이 훌쩍 넘었다. 외국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하는 등 많은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연수였지만, 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탐구욕은 더욱 뜨겁게 불타올랐다.


#2. 2012년 8월 서울 효재초등학교. 한 중년 사내가 입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유니폼은 온통 땀으로 젖어있었다. 주인공은 조 감독이었다. 서울시내 주요 초등학교 선수들이 모여 기술 훈련을 받는 날, 전직 프로 감독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동행한 코치진이 있었지만 초등학생 포수들을 따로 불러 모아 직접 블로킹과 송구동작을 가르쳤다. 프로야구에서 감독을 하고 우승까지 했던, 그래서 학교 코치들도 어려워하는 선생님. 학생들은 당연히 뒤에 앉아 근엄하게 한 두 마디 가르쳐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삼복더위에 함께 뛰고 구르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그들은 온 몸으로 배우고 또 배웠다. 전문적인 포수 훈련이 고팠던 어린 선수들은 각자 학교로 돌아가 이날 배웠던 동작을 반복했다. 몇몇은 눈에 띄게 달라진 자신의 실력을 느꼈는지 ‘열심히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편지를 고사리 손으로 꾹꾹 눌러 써 보내기도 했다.

한국프로야구 31년 역사상 1000경기 이상 출전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감독은 단 7명뿐이다. 오랜 경험과 우승 경력, 이 두 가지를 갖춘 7명 중의 한 명이 조범현 감독이다. 그리고 감독을 맡았던 SK와 KIA 2개 팀을 모두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선수육성과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퇴임 직전 KIA의 성적도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가만히 있어도 항상 유력한 감독 후보로 꼽힐 수 있었다. 그러나 조 감독은 묵묵히,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렸다.

프로야구 10구단 KT는 10년 전 SK에서 포수출신 감독의 돌풍을 일으켰던, 그리고 4년 전 ‘6인 선발’을 히트시키며 KIA에 10번째 우승을 안긴 조범현 감독보다 더 진화한 새로운 조범현 감독을 영입했다.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포함 총액 15억원의 조건이다. 조 감독은 5일 오전 11시 연고지역인 수원의 라마다 프라자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감독 취임 공식 기자회견을 한다.


● KT 초대 사령탑 조범현은 누구?

▲생년월일=1960년 10월 1일생(53세) ▲출신교=대구초∼대건중∼충암고∼인하대 ▲체격=177cm·80kg ▲선수경력=OB(1982∼1990년)∼삼성(1991∼1992년) ▲지도자경력=쌍방울 코치(1993∼1999년)∼삼성 코치(2000∼2002년)∼SK 감독(2003∼2006년)∼KIA 코치(2007년)∼KIA 감독(2007∼2011년) ▲감독 통산 성적=1044경기 524승498패22무(승률 0.513) ▲감독 통산 포스트시즌 경력=포스트시즌 진출 4회(2003·2005·2009·2011년), 한국시리즈 진출 2회(2003·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1회(2009년) ▲국가대표 감독=2010광저우아시안게임 감독(금메달)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