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피칭 X파일] 한화에게 당장 1승보다 중요한 건 ‘제2 류현진 키우기’

입력 2013-08-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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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마운드 제건을 위해 키워볼 만한 젊은 투수들. 유창식-이태양-송창현-조지훈-임기영(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한화 마운드 제건을 위해 키워볼 만한 젊은 투수들. 유창식-이태양-송창현-조지훈-임기영(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 한화 마운드 재건의 과제

팀 방어율 5년 연속 최하위…올 시즌도 5.50
국내 선발투수 9승 중 불펜 간 김혁민이 5승
용병 의존·FA 영입 한계…유망주 육성
시급

빠른 투수 교체는 경기 운영 배울 기회 뺏어
신인들이 덕아웃 눈치 안 보게 믿고 맡겨야


한화의 팀방어율은 올해까지 5년 연속 최하위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최하위였고, 올해도 20일까지 5.50으로 9개 구단 중 가장 높다. 팀순위도 올해까지 최근 5년 동안 4차례나 최하위다. 한화의 가장 큰 문제는 마운드다. 현재의 투수력으로는 결코 싸워 이길 수 없다. 투수력을 보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좋은 외국인투수를 영입하고 FA(프리에이전트)와 트레이드를 통해 마운드를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육성에 있다. 끈기를 가지고 가치 있는 투수를 발굴하고 키워나가는 방법이다. 한화에는 키워볼만한 젊은 투수들이 여러 명 있다. 송창현(24) 이태양(23) 유창식(21) 임기영(20) 조지훈(19)이 그들이다. 지금 한화에게 눈앞의 1승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하는 일이다. 현재 상태로는 내년과 내후년, 그 이상도 기약할 수 없다.

● 선발 18승…국내투수 선발승은 단 9승

92경기를 치르면서 한화가 얻은 선발승은 단 18승이다. 바티스타와 이브랜드가 9승을 합작했고 국내투수들이 9승을 올렸다. 김혁민 5승, 유창식 2승, 안승민과 송창현이 각각 1승을 했다. 한화에는 지금 믿을 수 있는 국내파 선발투수가 없다. 5승투수 김혁민은 8월 8일 삼성전 이후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2이닝 정도는 그의 좋은 직구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선발투수로는 구종이 단순했고 다소 아쉬운 경기운영도 그를 불펜으로 이동시킨 이유다. 김혁민이 불펜으로 가면서 불펜에 대한 믿음이 상승했다. 한화가 공을 들인 선발투수지만 납득할 수 있는 보직변경이다. 다만 김혁민이 불펜으로 가면서 더욱 약해진 선발진은 더 커다란 숙제로 남는다.

● 선발투수…5회 이전 강판 38회, 3회 이전 강판 20회

선발투수가 5회를 버티지 못하면 이길 확률은 매우 적다. 올해 한화 선발투수가 5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건 38회다. 3회 이전에 물러난 경기도 무려 20회나 된다. 선발투수가 초반에 물러난 38경기 가운데 팀이 이긴 건 단 6회. 5회 이전 강판경기의 승률은 0.158이다. 빠른 교체이유는 여러 가지다. 투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고 대량실점을 하고 안정감도 떨어진다. 하지만 투수를 교체해도 뚜렷한 대안은 없었다. 선발투수라면 적어도 100개는 던져 보는 게 중요하다. 100개를 던지면서 좋았던 점을 찾을 수 있고 아쉬운 점도 느낄 수 있다. 특히 한화의 젊은 투수들은 경기운영이 떨어진다.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그들에게는 필요하다.

● 유창식…최근 2연승!

최근 2경기만 보자. 11일 넥센전과 16일 LG전에서 2연승을 했다. 2경기 모두 5이닝씩 던졌고 1점만 허용했다. 10이닝 동안 안타는 6개, 볼넷은 5개만 내줬다. 넥센과 LG 모두 강력한 타선을 갖춘 팀이지만 유창식이 경기를 지배했다. 넥센전에서 올 시즌 첫 선발승을 하기까지 유창식은 5이닝을 던진 적이 없다. 7차례 선발로 나가 모두 5회 이전에 물러났다. 2이닝을 채우지 못한 적도 3차례나 됐다. 시즌 초 선발등판한 3경기의 방어율이 17점대가 넘었다. 1차적인 책임은 투수에게 있다. 하지만 덕아웃에서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불안감은 선발투수에게 큰 부담이다. 주자를 내보내면 자신도 모르게 덕아웃의 눈치를 보게 된다. 유창식은 이제 21세의 젊은 투수다. 불안한 그의 제구력도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 선수와 스태프의 노력과 신뢰관계, 그리고 인내심이 필요하다.

● 이태양 송창현…직구가 매력있다!

이태양과 송창현은 선발투수 재목이다. 둘은 좋은 직구를 갖고 있다. 이태양은 192cm의 큰 키에서 145km의 직구를 던진다. 구속이 지난해보다 훨씬 빨라졌고 무브먼트도 좋다. 몸쪽 승부도 할 줄 알고 탈삼진 능력도 괜찮다. 변화구 제구력과 위기관리능력은 아직 모자란 편이다. 이태양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108이닝을 던지며 선발수업을 쌓았다. 2010년 입단 이후 꾸준하게 발전하고 있는 투수다.

송창현은 김응룡 감독에게 통산 1500승을 안겨줬다. 8월 3일 NC전에서 5이닝을 2실점으로 막았다. 자신의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이다. 송창현의 올해 피안타율은 0.217로 상당히 좋다. 최고 146km까지 기록된 직구의 무브먼트가 좋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도 괜찮다. 제구력은 오락가락한다. 36.2이닝 동안 30개의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투구 밸런스가 나쁘지는 않다. 루키라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매력이 있다. 올해 송창현은 선발로 6번 출전해 단 한 차례 5이닝을 넘겼다. 그에게 충분한 선발 기회가 주어진다면 5이닝 이상을 던지는 경기가 앞으로 훨씬 많아질 전망이다.

● 조지훈 임기영…지켜볼 만하다!

조지훈은 후반기 남은 일정을 불펜에서 뛸 확률이 높다. 단점으로 지적된 수비와 견제, 퀵모션 등을 보강하기 위함이다. 선발로 뛰기 위해서 준비해야할 것들을 불펜 경험을 통해 찾기로 했다. 조지훈은 146km의 빠른공과 슬라이더가 좋다. 올 시즌 22.2이닝 동안 24개의 삼진을 잡았고 피안타율은 0.198이다. 조지훈은 올해 세 차례 선발로 출전해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데뷔 첫 선발로 나선 7월 25일 롯데전에서 5.1이닝을 2안타 2실점으로 막았지만 아쉽게 졌다. 4회 2사까지는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2년차 임기영은 사이드암의 장점이 많은 투수다. 투구폼이 부드럽고 공의 무브먼트도 괜찮다. 다만 아직 전체적인 파워가 부족하다. 좀더 강한 임팩트와 팔스윙이 뒷받침 돼야 1군에서 이겨 낼 수 있다. 임기영에게 필요한 것은 프로의 몸을 만드는 일이다. 힘을 키운다면 지금보다 훨씬 예리한 공을 던질 수 있다.

류현진. 스포츠동아DB

류현진. 스포츠동아DB


● 한화의 미래…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2009년 한화는 최하위였다. 그리고 김인식 감독의 뒤를 이어 2010년 한대화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다. 한화는 리빌딩에 초점을 맞춰 최대한 빨리 팀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고 했다. 2013년 김응룡 감독이 한화에 취임했다. 한대화 감독이 취임할 때보다 투수력이 나아진 게 없었다. 발전한 투수도 없고, 류현진마저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LG가 11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건 막강해진 그들의 투수력 때문이다. 무너진 마운드를 재건하는 데 11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한화 팬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고 싶어한다. 그들은 당장의 1승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찾았을 때 더 기뻐한다. 마운드의 재건은 구단과 스태프,선수가 한마음으로 움직일 때 가능하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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