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준.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6월 포항맨 된 신영준, 후반 44분 결승포
황감독 조커투입 적중…전남에 3-2 역전승
25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포항 스틸러스 간의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4라운드, 일명 ‘포스코(전남과 포항의 모기업) 더비’는 뜨거웠다. 킥오프 전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선전포고를 한 건 전남. 전남 하석주 감독은 최근 K리그 감독 간담회에서 포항 황선홍 감독을 만나 “각오를 단단히 하라. 제대로 승부를 펼치자”고 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황 감독은 “라이벌전이란 예상할 수 없는 아주 작은 변수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 같은 세대로 축구를 했던 하 감독에게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 뿌리 깊은 라이벌 의식
최종 스코어는 포항의 3-2 승리.
하지만 양 팀 모두 후회 없는 승부를 펼쳤다. ‘소문난 잔치 집에 먹을 게 없다’는 옛 말은 적어도 이날 더비에선 통하지 않았다. 숱한 명장면이 연출돼 모처럼 광양벌이 들썩거렸다.
객관적인 전력상 포항의 우세가 예측됐다. 23라운드까지 순위가 이를 보여줬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형제 구단이지만 포항은 올 시즌 꾸준히 선두권을 질주해온 반면 전남은 스플릿 라운드 하위리그(8∼14위)에 속한다. 특히 전남은 최근 3경기 연속 무승(2무1패), 포항은 6경기 무패(4승2무)다. 양 팀 간 최근 전적도 포항의 우세였다. 2010년 7월 이후 포항은 전남에 최근 3연승, 7경기 무패(4승3무)로 압도하고 있었다.
그래도 하 감독은 절박함 속에서도 짐짓 여유를 보였다. “우린 승점 확보가 1차 목표다. 몇 경기 남긴 채 치열한 7위 싸움에서 빗겨갔다는 건 우리 스스로 추스르고 다음 기회를 대비할 계기를 열어준다.”
● 친정에 비수 꽂은 신영준
막상 뚜껑이 열리자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됐다. 리드 잡는 쪽은 전남이었고, 포항은 쫓아가느라 바빴다. 주도권을 쥔 것도 전남이었다. 수비 집중력이 아쉬움을 남겼어도 전남의 영건들은 멋진 경기력을 펼쳤다. 전반 34분 전남의 브라질 용병 웨슬리의 첫 골이 터졌고, 후반 13분 포항 황진성이 균형을 맞추자 13분 뒤 다시 웨슬리가 추가골을 넣으며 2-1을 만들었다. 그리고 황진성이 또 멍군을 불렀다.
2-2로 팽팽히 맞선 후반 44분.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 나왔다.
광양 제철고 출신으로 2011년 입단 후 두 시즌 간 누빈 전남을 떠나 6월 ‘포항맨’이 된 신영준의 결승골이었다. 그는 험난한 팀 내 주전경쟁을 이기지 못해 4월 말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가 포항의 부름을 받았다.
유니폼을 바꿔 입은 지 처음 떠나온 친정 나들이. 후반 10분 조찬호를 대신해 교체 투입된 신영준은 전남 수비진이 잠시 흔들린 틈을 놓치지 않았다. 주저앉은 옛 동료들을 바라보며 마음껏 환호한 지금의 동료들처럼 그저 좋아할 수는 없었어도 감격은 충분했다.
“전남은 우리가 트레이드시킨 수비수 정홍연을 출전시켰더라. 나도 신영준을 선발 투입할까 고민했는데, 팀 밸런스(균형) 측면에서 안정감이 떨어져 일단 조커가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던 황 감독의 승부수는 멋진 결과로 이어졌다.
신영준은 “나도 제대로 웃지 못했다. 당분간 옛 동료들을 쳐다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프로는 프로다. 나 역시 기회를 보장받으려면 최선을 다해야 했다”고 말했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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