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현장에서…] 군 입대, 5분간 펼쳐지는 뒷모습의 미학

입력 2013-08-29 16: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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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5분을 위해 2,3시간을 기다린다. 스타들의 군 입대 현장이다.

스타들의 입대 전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팬들과 취재진은 이른 시각부터 부대 앞에 나와 있다. 팬들은 일찌감치 스타에게 작별인사를 전하는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기자들은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경쟁한다.

수백 명의 팬들과 취재진이 그렇게 2,3시간 땡볕에서 기다려 정작 그를 만나는 시간은 단 5분에서 20분 가량. 지난 27일 있었던 송중기의 입대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팬들의 환호를 받고 나타난 송중기는 약 4분간, 인터뷰 시간도 없이 서너 문장의 짧은 소감만 남기고 훈련소로 향했다.

인터뷰나 멘트도 길지 않다. 단 5분 동안 스타들이 보여주는 것은 무엇이길래, 수많은 이들의 발길을 이끌고 관심을 집중하게 만드는 것일까.


●스타들의 변신…‘짧은 머리’의 미학

입대하는 스타들의 사진에서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은 바로 머리다.

그간 가장 멋있는 모습,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만 고수해왔던 남자 스타들은 똑같은 헤어스타일로 나타난다. 쑥스러운 듯 머리를 만지작거린다. 바로 삭발 머리다.

‘남자는 머리빨’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 스타는 짧은 머리의 굴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는 언론과 대중들의 최대 관심사다.

송중기에게 ‘머리빨’은 없었다. 짧은 머리에도 ‘송중기는 송중기다’라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모든 스타들이 그러했듯 어색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지만 잘생긴 외모는 여전했다.

스타들 역시 짧은 머리 변신이 대중들의 큰 관심사라는 것을 안다. 몇몇 스타들은 군 입대에 앞서 삭발 머리로 화보를 찍기도 하고, 자르는 과정을 사진에 담아 공개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 입대한 그룹 슈퍼주니어 이특은 삭발 과정을 패션화보로 담기도, 배우 이준기 역시 입대 전 삭발 화보를 공개했다.


●스타도 남자다…‘보통의 존재’로서의 미학

지난 27일 송중기는 남색 티셔츠에 청바지 스니커즈 차림이었다. 손에 찬 투박한 검은색 손목시계도 여느 군인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에게서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로서의 모습을 발견했다.

어머니들은 입대하는 스타에게서 자신의 아들과 똑같은 뒷모습을 발견하고, 여성들은 남자친구, 남자 형제와 다를 바 없는 부대로 향하는 발걸음을 바라본다.

팬들 역시 이 순간만큼은 대한민국 남자로서, 평범한 국민으로서 스타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단순한 기자회견장도, 영화를 위해 출국하는 공항도 아니다. 약 2년간 대한민국 남자로서 훈련을 앞둔 입대 현장에 선 이들의 눈빛과 발걸음은 분명 색다르다.


●성장을 위한 헤어짐은 아름답다…‘뒷모습’의 미학

당분간 기약 없는 스타의 마지막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미소와 눈빛, 행동 하나하나가 남다르다. 짧고 담담했던 송중기의 인사, 연인 유인나에 대한 질문에 차분히 대응했던 지현우, 팬들에게 큰 하트를 그린 이제훈, 그리고 눈물의 큰 절을 올린 현빈의 뒷모습 등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스타들에게 짧지 않은 약 2년이라는 시간. 성장 가도를 달리는 이들에게 분명 불안한 공백기가 될 수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결단한 발걸음과 이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기다리는 팬들의 잠시의 헤어짐은 아름답다.

오랫동안 기억될 이들의 뒷모습, 그리고 아름다운 이별의 시간. 입대 현장은 짧지만 강렬하다.

사진ㅣ동아닷컴, 스포츠동아DB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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