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손승락. 스포츠동아DB
이때부터 손승락의 ‘수난시대’가 시작됐다. 손아섭이 “(마무리투수인) 승낙이 형 공을 칠 기회가 없어서 아쉽다”고 짐짓 약을 올리자, 곁에 있던 롯데 포수 강민호(28) 역시 “아섭이가 승락이 형 공을 치고 특유의 세리머니를 해서 약을 올려야 했다”고 거들었다. 물론 손승락도 “내가 다음 타석에서 무릎을 맞힐 수도 있다. 선수생명에 지장 있다”고 받아쳤다. 그러나 손아섭의 한마디에 상황이 정리됐다. “괜찮아요. 형한테는 두 타석까지 들어설 일이 없을 테니까.” 손승락이 “입담이 살아있네”라고 웃으며 물러날 수밖에.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은 정 코치도 제자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3일까지 36세이브를 따낸 손승락에게 세이브 수를 묻더니 “벌써? 나랑 있을 때는 26개(2010년)로 구원왕도 하더니”라고 놀라는 척했다. 손승락은 조용히 “그땐 팀이 7위였다”고 항변할 뿐. 그러나 이내 정 코치가 덧붙였다. “아, 우리 팀에 손승락 하나만 있어도 고민이 훨씬 덜 할 텐데.” 사실은 이게 진심이었던 듯하다. 손승락의 얼굴에도 멋쩍은 웃음이 번졌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