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보고, 영화처럼 화려해진다... '전자책의 미래'

입력 2013-09-09 18: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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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한다?’, ‘전자책 대여 서비스가 출판 생태계를 망가뜨린다?’

흔히 ‘전자책의 미래’로 자주 거론됐던 이야기들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전자책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을까? 현재 국내에는 전자책 시장이 점차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되며 전자책 사용자가 늘어났고, 전자책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도 확대됐다. 이에 현재 국내 시장의 흐름을 토대로 전자책의 미래를 진단해봤다.

전자책, 대여 서비스가 ‘대세’

현재 국내 전자책 시장에는 전자책을 일정 기간 구독하는 대여 서비스가 자리잡는 추세다. 대표적인 것이 교보문고 'sam' 서비스다. 교보문고 sam은 약정 기간이나 매달 읽을 책의 수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하고 전자책을 빌려볼 수 있는 서비스다. 교보문고 측에 따르면, 전자책을 단권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sam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약 30~50% 더 저렴하다. 보통 전자책 1권 가격이 7,000~8,000원이지만 sam 서비스를 이용하면 가격은 약 3,000원 선이다.

교보문고에 이어 다른 업체들도 속속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인터파크는 지난 7월 다양한 전자책을 빌려볼 수 있는 'e-book 대여점'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파크 e-book 대여점 서비스는 한 달 동안 여러 권의 전자책을 구독해야 하는 sam 서비스와 달리, 원하는 기간에 원하는 수만큼 도서를 대여할 수 있다. 출간일이 18개월 이상 경과된 구간은 더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다. 한편, 알라딘은 올해 하반기에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물론 처음에는 '전자책 대여 서비스가 출판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교보문고가 sam 서비스를 시작할 때, 한국출판인회의는 "교보문고의 회원제 서비스가 무한 가격 할인 경쟁을 촉발해 출판 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다"라며 지난 2월 성명서를 냈다. 사실, 이런 걱정이 기우는 아니었다. 책 값이 파격적으로 낮아지면 공급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급률은 출판사들이 도서를 유통업체에 넘길 때 매기는 가격을 뜻한다. 공급률이 낮아지면 출판사는 이익을 보기 어렵고, 출판사는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독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도서를 위주로 출판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면 학술/문예 분야의 서적 출판이 위축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자책 시장은 결국 대여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해외 유통사의 영향 때문이다. 국내보다 전자책 시장이 발달한 해외의 경우, 아마존과 반스앤노블 등 유통사가 일찌감치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유통사가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하지 않더라도, 향후 아마존과 같은 업체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을 경우에는 전자책 대여 서비스가 시행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이유는 가격이다. 현재 국내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과 비교해 약 10% 저렴한 수준이다. 이에 수많은 국내 사용자들이 '전자책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해 선뜻 전자책을 구입하지 않는다. 게다가 한 번 봤던 책을 반복해서 읽지 않는 독자들도 많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로, 전자책 대여 서비스가 출판사 매출 신장에도 기여하는 결과를 가져오자 대여 서비스는 더욱 더 자리를 잡게 됐다. 교보문고가 'sam' 서비스 출시 후 6개월 간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매출 상위 30개 출판사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am 서비스 외 전자책 단권 판매량(전자책 사용자가 sam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단권으로 콘텐츠를 구매, 다운로드하는 양)을 봤을 때도, 같은 기간 22.5%가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부 출판사와 출판 단체가 전자책 시장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sam 서비스가 sam 매출뿐만 아니라 기존 전자책 단권 매출액까지 늘려 출판사의 수익성을 향상하고 전체 시장을 키웠다"고 밝혔다.


한편, 대여 서비스 외에도 독자들의 가격 부담을 덜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디북스의 인기소설 무료 연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리디스토리'다. 리디스토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소설을 무료 연재하는 서비스다. 네이버/다음 웹툰이 일주일에 한 번씩 다양한 웹툰을 무료 연재하는 것과 비슷하다. 리디스토리는 인기 소설이나 에세이 등을 무료로 연재한다.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댓글도 달 수 있다.

전자책의 라이벌은 종이책? NO!

한때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한동안 일부 영역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100% 대체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그렇게 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이유는 전자책과 종이책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지난 6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자책을 구입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1,000명)의 54.5%가 '전자책의 느낌이 종이책과 현저하게 다르다'고 답했다. '전자책이라는 형태가 어색하다'는 응답도 53.9%를 넘었다.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전자책을 낯설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다른 앱 사용으로 책에 집중하기가 힘들다(46.7%)', '전자책의 가격이 부담스럽다(29.8%)'라고 응답했다.

비단 설문조사뿐만 아니라 흔히 전자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 '눈이 아프고 집중이 안 돼서', '책 특유의 감성이 없어서', '전자책은 소장 가치가 없어서', '읽을 책이 없어서'라고 지적하는 독자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많은 독자들이 전자책을 이용할 경우에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한다. 실제로 전자책에서 인기 있는 장르는 자기계발서와 장르소설(로맨스, 판타지, 무협 소설 등)이다. 현재 예스24가 매주 제공하는 전자책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면 10위 내에 7~8권 가량이 장르소설이다. 이는 다른 서점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학술/문예 서적은 종이책으로 보는 경우가 훨씬 많다.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가벼운 내용의 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된 것도 이유겠지만, 내용이 깊어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은 전자책보다는 종이책 형태가 더 적합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따라서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경우, 도서 장르에 따라 시간이 걸릴 수 있겠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전자책이 활성화되려면 종이책보다 월등하게 나은 점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인터랙티브 요소를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이 텍스트보다는 이미지, 동영상, 게임 등의 콘텐츠를 선호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인터랙티브 전자책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인터랙티브 전자책이란 화면을 터치하면 등장인물들이 움직이고, 말풍선이 나타나고, 음악이 흐르는 등 다채로운 효과를 통해 이야기를 보여주는 전자책을 일컫는다.

이렇게 전자책이 인터랙티브 요소를 포함할 경우, 전자책의 라이벌은 종이책보다는 TV, 앱, 게임 등에 가깝다. 애플 솔루션을 통해 전자책을 제작하고, 미국 전자책 시장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바 있는 아이비주얼 최웅식 대표는 IT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전자책이 발전하려면 기존 종이책보다 훨씬 나은 경험과 가치를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TV나 앱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작가와 독자가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요소를 갖추는 등,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같은 트렌드에 따라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는 디지털 출판 기업들도 점점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 디지털 퍼블리셔 기업 NARR8(이하 나르8)이다. 나르8은 모션 코믹, 소설, 교양, 라이프스타일, 어린이용 콘텐츠 등 다양한 장르의 전자책을 마치 영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효과를 담은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전략은 대중들의 요구와 일치해 애플 앱스토어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 무료 앱 1위, 전체 무료 앱 순위에서 6위에 올랐다.

전자책, 일종의 VOD 서비스로 발전할 것

전자책 대여 서비스가 자리잡고 전자책이 인터랙티브 요소를 포함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종합해본다면, 향후 전자책은 일종의 IPTV VOD(다시보기) 서비스처럼 발전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IPTV 또는 스마트TV로 책을 보는' 풍경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이미 하나의 콘텐츠를 스마트폰, 태블릿PC, PC 등 다양한 단말기에서 소비하는 'N-Screen'이 일상으로 자리잡은 만큼, 이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스마트TV는 방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아우르는 매체인데다, 현재 스마트TV의 과제로 '콘텐츠 수급'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인터랙티브 전자책을 효과적으로 감상하려면 단말기 화면이 큰 것이 편리하다. 이처럼 상호간의 필요 때문에 TV로 전자책을 보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관련 기사: 전자책, 무엇으로 보나? 단말기를 둘러싼 '세 가지 시선' - http://it.donga.com/15661/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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