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스포츠동아DB
기성용(24·선덜랜드)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진심으로 사죄했다.
빗방울이 굵게 떨어진 8일 오전 파주NFC. 브라질(12일), 말리(15일)와 평가전을 앞둔 대표팀 선수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관심은 단연 기성용에게 쏠렸다. 그는 7월초 SNS를 통해 최강희 전 감독을 조롱하고 비난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축구인들과 팬들로부터 큰 질타를 받으면서 대표팀 유니폼과 멀어져야 했다.
6개월여 만의 대표팀 소집. 손흥민(레버쿠젠)의 스탠딩 인터뷰가 한창 진행 중일 때 그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문에서 우산을 쓰며 천천히 걸어 올라왔다. 기성용은 전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사과와 반성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이날 다시 한번 취재진과 마주 섰다. 최 감독과 팬들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전했다. 크게 뉘우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금 내 상황이 좋지 않다. 많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부분에 있어서 보답을 해야 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머리카락을 검게 염색하며 초심과 같은 단정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다.
기성용은 귀국 이후 최 감독과 따로 연락하지 못했다. 다만 당사자인 최 감독에게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최 감독이 허락한다면 언제든지 찾아뵙고 사과하고 싶다고 어제의 입장을 되뇌었다. 그는 “감독님 입장도 계신 거 같다. 부담을 느끼셔서 제가 내려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과 타이밍이 늦은 건 제 잘못이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한국행을 결심한 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자리에 서는 게) 부담스럽진 않았다. 제가 만든 일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나아갈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대표팀 와서 책임감 갖고 최선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논란으로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자신을 많이 되돌아봤다. 축구인생에 있어서 어떻게 해 나가고 하지 말아야 할지 판단하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외적 논란이 경기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선을 그었다. 기성용은 스완지시티에서 주전 경쟁에 밀리며 시즌 초반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는 “선덜랜드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다. 경험을 토대로 이겨낼 것이다”고 말했다. 기성용과 동반 귀국한 ‘절친’ 이청용은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는 “(기)성용이가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 전부터 많은 생각을 해왔다”면서도 “마음에 없는 얘기를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전했다.
파주｜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