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구읽기] 유희관 7회까지 노히트노런…볼 배합의 정석!

입력 2013-10-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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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저녁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3프로야구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 열렸다. 두산 선발 투수 유희관이 선발로 나와 투구하고 있다. 목동|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14일 저녁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3프로야구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 열렸다. 두산 선발 투수 유희관이 선발로 나와 투구하고 있다. 목동|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대각선 투구로 넥센 타자 타이밍 빼앗아
볼 높았던 나이트 이원석에 스리런 허용
니퍼트 쉬운 승부하다 박병호에 동점포


명승부 중의 명승부였다. 준플레이오프가 5경기 모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고, 최종 5차전은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을 실현하듯 9회 2사에서 박병호의 동점 3점홈런으로 연장 혈투를 벌였다. 나름대로 내용 있는 경기를 했다.


● 볼배합의 정석 보여준 유희관의 아트피칭

5차전 승부의 키는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이었다. 유희관은 8회 선두타자 김민성에게 안타를 맞기까지 노히트노런의 역투를 펼쳤다. 그런데 안타 여부를 떠나 이날의 투구는 그야말로 ‘볼배합의 정석’을 보여줬다고 말하고 싶다. 바깥쪽 빠른 공을 던진 뒤 같은 코스로 날아가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넥센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전히 뺏어냈다. 그리고 볼배합에 있어서 또 하나의 기본은 대각선 피칭인데, 유희관은 가장 먼 곳을 오가는 투구로 타자들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스트라이크를 던져야할 때는 위쪽의 공은 거의 없이 타자 무릎 쪽에 박히는 완벽한 제구력으로 넥센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했다. 게다가 넥센 타자들이 목동구장이라는 것을 너무 의식하지 않았나 싶다. 스윙이 컸다. 한방을 노리는 스윙으로는 유희관의 제구력과 볼배합을 공략하기 쉽지 않았다.



● 정규시즌보다 공이 높았던 나이트의 실투

나이트는 2회까지 잘 막았다. 그러나 떨어지는 공이 장점인데 1회와 2회에 범타를 유도하기는 했지만 볼이 조금씩 높았던 게 불안했던 부분이었다. 결국 4회에 3점을 주는 과정에서도 공이 높았다. 1사후에 연속 볼넷을 내주는 과정에서 더욱 그랬다. 이원석에게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를 던지려다 많이 꺾이지 않으면서 홈런을 맞고 말았다. 2회엔 몸쪽 싱커로 더블플레이 유도했지만, 슬라이더가 실투가 되면서 이원석이 힘들이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했다.


● 불펜투수들의 역투와 니퍼트의 아쉬움

변진수와 한현희 둘은 나름대로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한현희는 빠른공에 제구력이 좋았다. 변진수도 3차전 3이닝 무실점의 호투 감각이 이어졌다. 9회에 연속 안타를 허용했지만 그 전까지 제몫은 했다. 다만 두산으로선 마무리투수 없이 포스트시즌을 가는 게 얼마나 어렵고 확률이 떨어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니퍼트가 9회 박병호에게 홈런을 맞아서 그런 게 아니라, 니퍼트 같은 에이스 투수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불펜투입한 건 무리였다. 니퍼트는 볼에 힘은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높았다. 두산은 그동안 박병호와 너무 어렵게 승부하다 2승2패까지 갔다. 그런데 이날 9회에는 너무 쉽게 승부했다. 후속타자 김민성 강정호가 있지만 박병호는 만루를 채우더라도 조금 더 어렵게 승부했어야하지 않았나 싶다. 낮게 유인구를 던지면서 걸려들면 좋고, 속지 않으면 걸러도 좋다는 생각으로 벤치에서 확실히 사인이 들어가는 게 좋았을 것 같다.

어쨌든 양 팀 투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명승부를 보여준 양 팀 투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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