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류현진, 이보다 빛날 순 없다

입력 2013-10-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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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 동아닷컴DB

153km 직구와 체인지업 완벽한 제구
7회 거포 애덤스 삼진 최고의 명장면


벼랑끝 다저스 WS 희망 살린 ‘히어로’
웨인라이트 V 점친 도박사들도 울려


15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LA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선승제) 3차전이 시작되기 전 다저스타디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다저스 팬으로부터 “너희 베이비가 오늘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밝게 웃으며 “류현진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답했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목소리에 자신은 없었다. 게다가 류현진(26·다저스)의 선발 맞대결 상대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 다승왕 애덤 웨인라이트여서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은 원정팀 카디널스의 우세를 점쳤던 터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다저스의 복덩이였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3선발의 기회를 준 돈 매팅리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이날 7회초 2사 1루서 류현진이 왼손 슬러거 맷 애덤스를 바깥쪽 높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자 5만3940명의 만원 관중은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다저스가 자랑하는 잭 그레인키와 클레이튼 커쇼를 상대로 안방에서 2연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렸던 카디널스 타선은 루키 류현진을 맞아 7회까지 3안타에 그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3차전에서 3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던 류현진은 이날은 작심한 듯 1회부터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려대며 힘으로 카디널스 타선을 압도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올 시즌 최고 타이인 95마일(153km). 이처럼 직구의 위력이 뛰어났지만 류현진은 그 어느 때보다 변화구의 구사 비율을 높이는 영리한 피칭을 했다. 총 투구수 108개 중 44%인 48개의 직구를 던졌을 뿐이다. 주무기 체인지업을 30개 던졌고, 슬라이더(17개)와 커브(13개)도 적절히 섞어 카디널스 타자들의 타이밍을 절묘하게 빼앗았다.

2-0으로 앞선 5회초 수비는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데이비드 프리즈와 애덤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류현진은 무사 1·2루의 핀치에 몰렸다. 여차하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도 못하고 교체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행운의 여신은 류현진에게 미소를 지었다. 존 제이의 빗맞은 타구를 전력 질주로 잡아낸 좌익수 칼 크로퍼드가 2루에 공을 던져 미처 귀루하지 못한 대주자 대니얼 데스칼소를 더블 아웃으로 잡아낸 것이다. 이어 8번타자 피트 코즈마를 3루수 땅볼로 처리한 류현진은 주먹을 불끈 쥐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반면 정규시즌 19승을 거뒀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NLDS에서 혼자 2승을 책임졌던 카디널스 에이스 웨인라이트는 7이닝 6안타 2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류현진의 역투를 앞세워 3-0 완봉승을 거둔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1승2패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1차전 선발로 나왔던 그레인키가 5차전 선발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상대 에이스 웨인라이트와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두고 한국 투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승리투수의 영예를 안은 류현진. 적어도 이날만큼은 ‘LA 최고의 히어로’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다저스타디움|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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