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다저스 고든 “그레인키와 같은 유니폼 행운”

입력 2013-10-25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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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고든(LA 다저스).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메이저리그는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에 진출해 빅리그 무대에 설 수 있는 확률(0.01%)이 이를 증명한다.

0.01%라는 난관을 넘어 빅리그 무대에 데뷔해도 치열한 경쟁은 계속된다. 주전자리를 확보해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미국 콜로라도대의 한 연구에 따르면 빅리그 선수들의 평균수명은 5.6년으로 6년이 채 되지 않을 만큼 이들의 경쟁은 극심하다.

설령 주전자리를 확보해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부상도 조심해야 한다. 또한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선수에게 주전자리를 빼앗기는 일도 다반사이다. LA 다저스의 차세대 유격수로 불리는 디 고든(25)도 그랬다.

고든은 2008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다저스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그 해 마이너리그에서 타율 0.331을 기록한 그는 2009년에도 3할이 넘는 타율(0.301)과 도루 73개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0년 더블 A로 승격한 고든은 타율 0.277 53도루를 달성하며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인 퓨처스게임에도 출전했고, 2011년에는 다저스 최고 유망주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그리고 프로진출 단 3년 만인 2011년 6월 빅리그에 데뷔하는 기염을 토했다.

고든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였던 2011년 총 5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4 24도루를 기록했다. 당시 그가 기록한 도루는 그 해 메이저리그 신인 중 최다 기록이었다. 9월에는 내셔널리그 ‘이달의 신인’상도 수상했다. 약관 23살 신인의 성공적인 데뷔였다.

고든은 2012년 다저스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며 희망차게 시즌을 맞았다. 발이 빠른 그가 진루하면 상대팀 투수들은 긴장했다. 비록 타율(0.229)은 낮았지만 주력을 이용한 팀 공헌도는 높았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2012년 7월, 신시내티와의 경기 중 도루를 시도하다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한 것.

당시 고든은 도루 30개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도루부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부상만 없었다면 그 해 도루부문 타이틀은 그의 것이 확실했을 만큼 고든은 빅리그 데뷔 후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다저스는 고든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헨리 라미레즈(30)를 영입했다.

야시엘 푸이그(왼쪽)와 디 고든. 동아닷컴DB


부상에서 회복한 고든은 그 해 9월 팀에 복귀했지만 더 이상 유격수는 그의 자리가 아니었다. 결국 고든은 하루 아침에 대타 또는 대주자로 경기에 나서는 후보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고든의 부친 톰 고든(46)은 메이저리그 통산 138승 126패 158세이브 평균자책점 3.96의 화려한 성적을 남긴 전설적인 투수였다. 경쟁이 심한 빅리그에서 무려 21년간 생존하며 올스타에 선정된 것은 물론 1998년에는 46세이브를 기록해 이 부문 타이틀도 석권했다. 이런 부친의 화려한 명성을 넘어 ‘홀로서기’에 성공했던 고든이었기에 그의 후보 전락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고든은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이다.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기자와 만났을 때도 그는 “예년에는 스프링캠프가 열리기 최소 한 달 전인 1월 말에 캠프에 입소했지만 올해는 조금 늦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고든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다저스의 내야자원 때문에 결국 올 시즌 트리플 A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주전 유격수 라미레즈가 부상을 당했을 때만 메이저리그로 콜업됐다. 고든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총 3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4 1홈런 6타점 10도루를 기록했다.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지난 달 고든을 미국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고든과의 일문일답.

-스프링캠프 때 보고 처음이다. 그 동안 잘 지냈나?

“(웃으며) 그렇다. 건강하게 잘 지냈다.”

-몸 상태는 어떤가?

“아픈 곳도 없고 매우 좋다.”

디 고든(LA 다저스). 동아닷컴DB


-손에 잡혔던 주전 유격수 자리를 놓치고 마이너리그와 빅리그를 오가고 있다. 이런 현실이 조금은 답답할 것 같다.

“절대 그렇지 않다. 언제든 팀이 나를 필요로 할 때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임무이기 때문에 그것에 충실하면 된다.”

-다저스 주전 유격수인 라미레즈와의 경쟁이 부담되지 않나?

“그렇지 않다. 혹자들은 라미레즈나 다른 내야수들과의 경쟁에 대해서 말하는데 나는 절대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몸 상태가 가장 좋은 선수가 경기에 우선 출전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임무와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가 그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위해 사전조사를 했더니 당신의 체중(68kg)이 메이저리그 선수 중 가장 가볍다고 하더라.

“하하. 그건 2년 전 몸무게이다. 지금은 그보다 더 많이 나간다. 하지만 내가 아직도 빅리그 선수 중 가장 가벼운지는 모르겠다.”

-당신의 부친 때문에 디 고든보다 톰 고든의 아들로 더 유명하다.

“그랬다. 아버지는 빅리그에서 21년간이나 활약하며 138승을 달성했을 만큼 훌륭한 투수였다.”

-아버지의 명성이 때론 부담이 되지 않나?

“어렸을 땐 조금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버지와 나는 야구선수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그는 투수로써 그리고 나는 야수로써 서로 가는 길이 다르다. 가끔 아버지의 명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그저 내 갈 길을 갈 뿐이다.”

-지금도 아버지와 함께 사나?

“아버지와 나 모두 플로리다에 살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지역에 거주한다.”

디 고든(LA 다저스). 동아닷컴DB


-아버지의 근황 좀 전해달라.

“특별한 건 없다. 빅리그에서 은퇴한 후 소일하면서 지내는데 최근에는 막내 동생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그의 운동을 돌봐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형제가 많다고 들었다.

“그렇다. 나를 포함해 3남3녀, 총 6남매이다.”

-부친의 영향 때문에 다른 남자 형제들도 다 야구를 할 것 같다.

“그렇진 않다. 나와 막내 남동생 한 명만 야구를 한다. 다른 한 명은 평범한 일반인의 삶을 살고 있다.”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때를 꼽자면?

“막내 동생이 전미 아마추어 야구 올스타대회 격인 올어메리칸게임에 출전해서 뛰는 모습을 보았을 때 가장 행복했다. 동생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반대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어느 리그에서 뛰던지 간에 안타를 치지 못해 슬럼프를 겪을 때가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시간인 것 같다.”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하나?

“슬럼프라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시기만 다를 뿐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다 한 번쯤 겪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심적으로 편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평소처럼 운동한다.”

-메이저리그 투수 중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투수를 꼽자면?

“(손가락으로 인근에 있던 잭 그레인키를 가리키며) 그레인키가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였다.”

디 고든(왼쪽). 동아닷컴DB


-하지만 이젠 같은 팀 동료 아닌가?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하하.”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지내나?

“주로 집에서 자는 편이다. 가끔 비디오게임을 즐기기도 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집에서 자거나 휴식을 취한다.”

-당신도 별명이 있을 것 같다.

“특별한 건 없다. 사람들이 내 이름 그대로 별명도 ‘디’라고 부른다.”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다. 당신도 그런가?

“특별한 징크스는 없다. 다만 경기 전 기도하는 것은 절대 빼놓지 않는다.”

-끝으로 고든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야구는 내게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아버지를 통해 야구를 알게 되었고 그 야구를 통해 인생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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