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유희관 “사인 부탁받으시는 모습 보면 행복”

입력 2013-10-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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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 유희관이 부모님께

아빠, 엄마, 이 아들이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게 됐어요.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모르겠어요. 저만큼이나 저를 바라보는 아빠, 엄마도 뿌듯한 마음이실 거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제가 야구하는 모습 본다고 매번 경기장을 찾아오시고, 선수 생활하는 아들을 둔 탓에 야구부 밥을 지어주러 오시기도 하면서 고생 많이 하셨는데 이제야 그 보답을 조금은 하고 있는 것 같아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야구를 하면서 힘들 때면 집에 들어와 아빠,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하소연을 하곤 했었죠. 한 번 짜증을 내고 난 뒤에는 ‘내가 부모님께 괜한 짜증을 냈구나’하고 후회를 하기도 했어요. 어린 마음에 기댈 곳이 부모님뿐이었기에 매번 아빠,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었나 봐요. 힘들어하는 아들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 텐데 따뜻하게 잘 받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올 시즌 제가 팀의 선발투수가 되고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피칭을 하면서 팬들의 사인 요청이 부쩍 늘었어요. 저를 알아봐주시고 좋아해주시는 팬들의 반응에 감사한 마음이지만, 가장 기분 좋을 때는 바로 아빠, 엄마로부터 사인 요청을 받을 때에요. ‘주변에서 사인볼 좀 해달라고 하더라’라면서 제게 사인을 부탁하시며 뿌듯해하시는 아빠, 엄마의 표정을 보면 ‘제가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돼요. 제가 야구를 잘 하는 것이 곧 아빠, 엄마를 행복하게 해드리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제가 잘 던지는 날마다 지인들에게 안부 전화를 받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는 아빠, 엄마를 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앞으로도 아빠, 엄마가 더 많은 사인 부탁을 받으시고 지인들에게 ‘아들이 야구 잘 하더라’라는 안부 전화를 더 많이 받으실 수 있도록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야구하겠습니다. 꿈에만 그리던 한국시리즈에서 아빠, 엄마가 제게 주신 사랑의 힘까지 담아 멋진 피칭 보여드릴게요. 아빠, 엄마 사랑해요.

정리|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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