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이준기도 ‘투윅스’ 장태산만큼 행복해져야죠

입력 2013-10-26 0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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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준기(31)는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 그는 작품을 하는 동안 함께 호흡 맞추는 배우들, 스태프와 친밀하게 지내고, 쉴 때도 친구들과 함께, 작품을 끝낸 후에는 기자들과 수다를 떨 듯 인터뷰 시간을 갖는다.

“‘투윅스’에 함께 출연한 (박)하선이가 인터뷰를 앞두고 조금 불안하다는 거예요. 저는 전혀 이해 못하죠. 마치 수다 떨러 가는 기분인데. (웃음)”

그의 말처럼 이준기는 인터뷰 내내 기자들과 눈을 맞추며 수다를 떨 듯 신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겉보기에는 밝게만 보이는 그이지만, 최근 포털 사이트 등에 ‘이준기 우울증’이라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 검색어가 올랐다.

“요즘 심적으로 우울과 공허함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작품이 끝나면 항상 힘들긴 해요. 지인들과 술 한잔 마시면 괜찮아지곤 했는데 이번에는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가 않네요.”

이준기는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투윅스’에서 주인공 장태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의 장기인 화려한 액션은 물론이고 딸을 향한 애절한 심리 연기를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얻었다. 전작들에 비해 더욱 열정을 쏟은 탓일까, 아니면 나이가 든 탓일까. 이 같은 물음에 이준기는 좀처럼 명쾌한 답을 하지 못한 채, 그 역시 인터뷰를 통해 답을 찾으려는 듯 보였다.

“지인들에게 도움도 청해보고, 다른 방법을 찾아 최근 자전거 타는 취미를 가지려고 노력해봤는데 며칠 못가더라고요. 작품을 할 때 열정적인 모습의 배우 이준기는 좋은데, 홀로 남아 집에서 빈둥거리는 인간 이준기는 참 별로인 것 같아요. 결혼이요? 요즘 만날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녀요.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 울적한 건가 싶기도 하고요.”

티끌 한 점 없이 솔직한 대답들이었다. 처음 만난 기자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자신의 고민과 약한 부분을 모두 보여주는 이준기의 모습에서 사람을 좋아하는 그의 천성이 느껴졌다.

사람들을 향한, 그리고 연기를 향한 애정만큼 스스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도 키워나가는 과정에 서 있는 이준기. 해피엔딩을 맞이한 장태산처럼, 배우 이준기의 해피엔딩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나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 이준기의 식지 않는 연기 열정

-‘투윅스’라는 작품,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시작 전부터 감독님과 작가님을 자주 만났다. 술 마시고 취기가 오르면 ‘이 작품 못할 것 같다’며 투정 부리고 애교도 부렸다. 많은 분들이 ‘이준기의 아빠 연기는 상상이 안 간다’고 말 하는 등 불안한 예견을 많이 하더라. 자칫 대중의 냉정한 심판대 앞에서 큰 상처를 받을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겁이 많이 났던 작품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잘 해내고 연기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비결이 무엇인가.

“드라마 방영 후 가장 먼저 본 게 기사다. 그 다음에 시청자분들의 반응, 오프라인 반응을 본다. 시청률도 아침 6시 반에 눈뜨자마자 체크한다. ‘투윅스’ 첫 회가 끝나니 호평이 많았다. 응원해주는 아군이 많다고 생각하며 주눅 들지 않고 캐릭터를 잘 잡아나갔다.”

-작품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감정의 증폭을 연기하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 딸 수진(이채미 분)이를 처음에 대면했을 때 감정부터 점점 어떻게 변하는지 등 세밀한 감정의 폭을 연기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감정을 과잉 표현하면 시청자들 몰입에 방해될 것 같아 항상 긴장했다.”


-딸 수진(이채미 분)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채미는 연기 신동이다. 어떻게 저렇게 태어났지 싶을 정도로 촬영 현장에 적합하게 태어났다. 24시간 항상 스탠바이 돼있고, 카메라 동선과 흐름까지 다 파악한다. NG가 났을 때 발로 내 발을 툭 치더라. 아직 카메라 돌고 있으니까 그대로 가라고. 너무 귀엽고 신기했다.

특히, 감정 연기를 할 때 그 친구를 떠올리면 섬세한 표정들이 생각나 절로 몰입이 된다. 한번은 실제 딸이 있는 카메라 감독님이 우셨다. ‘촬영하며 처음으로 울어봤다’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연기 했냐고 물으시더라. 난 그저 ‘수진이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아역이지만 멋진 연기를 해줘서 고마웠다.”

-액션은 어렵지 않았나. 꾸준히 액션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다른 배우들 보다 몸은 좀 더 잘 쓰지 않나라는 자부심이 있는 것 같다.(웃음) 그렇게 인정받고 싶다는 오기도 있다. 감정 연기와 더불어 신체 연기까지 잘 해내면 더욱 쓸모가 있는 배우가 되지 않나. 그래서 감정 표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탈주 액션을 더욱 강하게 그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작가님은 ‘미안해서 어떻게 그래요’라고 하면서 진짜로 더 강하게 써주시더라.(웃음)”

-촬영을 하며 위험한 적은 없었나.

“6회에서 도망치다 급류에 떠내려가는 장면에서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물 속에서 정말 ‘꼴깍, 꼴깍’ 거렸다. 급류에서 사람이 죽는 게 이해가 잘 안됐는데 정말 죽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화면에 타이트하게 잡히지 않아 너무 아쉬웠다. 촬영팀은 멀리서 내가 연기에 집중하는 줄 아시더라. ‘연기 욕심내다가 이렇게 죽으면 날 알아줄까, 나 때문에 드라마 망했다고 하는 것 아닌가’ 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이 다 끝나니 화면에 잘 나오지 않은 것만 계속 마음에 걸렸다.”

-높지 않은 시청률 결과에 아쉬움은 없나.

“아쉬움은 분명히 있지만, 그것에 휘둘리진 않았다. 전 작품들 중 한 자리 숫자의 시청률도 받아봤다. 낮은 시청률보다 힘든 것은 하고 있는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몰입을 주지 못할 때다. 이번 작품은 내 희노애락을 보는 분들이 따라와 줘서 무척 행복했다. 또 상대 작품이 무척 재미있었던 게 사실이니까.(웃음) 출연진 모두 작품에 자부심이 있어서 의심하지 않고 열심히 촬영했다.”


●인간 이준기의 해피엔딩을 위하여

-종영 후 장태산을 잘 떠나 보냈나.

“아직 힘들다. 이번 작품은 유독 후유증이 오래간다. 촬영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내 안의 모든 걸 발산하다가, 작품이 끝나는 순간 집에 홀로 ‘툭’ 떨어진다. 친구들에게 함께 있어 달라고 조르고, 술도 기울이며 노력하는데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나이가 서른이 넘어 그런가.(웃음)”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나.

“안 그래도 만날 결혼하고 싶다고 얘기하고 다녔다. 채미를 볼 때마다 계속 이런 딸 하나 있으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 나이가 결혼 적령기이기도 하고. ‘내가 뭘 위해 이렇게 달려왔지’라는 의문이 들면서 오순도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다.”

-그간 무엇을 바라오며 살아온 것 같나.

“오직 연기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촬영 현장에 가면 나와 놀아줄 사람들이 많아서 좋다. 감독님들과 진득하게 술 한잔 하고, 동생들 챙기고, 스트레스도 받으면서 정신없이 지내면 사람 사는 것 같다고 느낀다. 그러다 인간 이준기로 돌아오면 게으른 청년하나가 소파에 누워있다. 거울 보는 것도 씻기 조차 귀찮다. 그냥 울적해진다.”

-연기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지치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작품을 할 때마다 나를 소모하는 것 같다가도, 새 작품을 만나면 또 처음 하는 것처럼 재미있다. 연기를 할 때마다 성장한다. 이전 작품을 끝나고 ‘쉴 타이밍 아닌가, 보여줄 게 더 이상 없는 것 아닐까’ 고민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며 또 많이 배우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무척 행복했다.”

-차기작도 알아보고 있나.

“바로 다음 작품을 하고 싶다. 방송사 드라마 라인업을 따로 얻어달라고 소속사에 요청도 해놨다. 제작진분들이 원하는 배우는 따로 있겠지만, 미리 알아보고 마음에 들면 노력해봐야 하지 않겠나. 다음주부터 바로 미팅 을 할 거다.(웃음)”

-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많이 남아있나.

“아직 못 이룬 게 많다. 드라마는 어느 정도 해온 것 같은데 영화는 주연으로 인정받은 적이 없다. 또, 이병헌 선배님처럼 외국 작품도 해보고 싶다. 얼마 전부터 어학연수도 알아보고 있다. 멍하니 쉬는 것보다는 도전하며 채워나가고 싶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것, 이뤄나가야 할 것이 무궁무진하다.”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제공ㅣIMX,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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