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 V리그 훈련캠프를 가다] 대대적 투자·과감한 트레이드…새로운 배구를 위한 결단

입력 2013-10-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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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부 가운데 유일하게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도로공사 선수들은 서남원 감독(맨 뒷줄 왼쪽에서 4번째)과 함께 V리그 10번째 시즌에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사진제공|한국도로공사배구단

■ 개막 D-5 창단 첫 우승 ‘위대한 도전’ 한국도로공사

서남원 감독 선임·세터 물갈이 ‘체질 개선’
중국 전훈·일본 팀 초청 등 치밀한 시즌 준비
서브리시브 공포·위기 상황 대처 약점 보완
개막 후 3경기 에이스 니콜 공백 메우기 숙제


한국도로공사는 여자부 6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2005년 V리그 원년에 우승 기회가 있었다. 김사니 한송이 등으로 리그 1위를 했지만 KT&G와 챔피언결정전에서 1승 뒤 3연패 했다. 다음해에는 플레이오프(PO)에서 KT&G에 복수하고도 흥국생명 김연경에게 막혔다. 2006년 이후로는 3차례 PO에서 주저앉았다. 유난히 봄에 슬픈 기억이 많았던 도로공사의 성남훈련장에는 ‘위대한 도전 기적의 역사’란 현수막이 눈에 띈다. 공사 창립을 기념해 만든 것이지만 이번 시즌 목표로도 해석된다. 위대한 우승을 향한 도전이 성공하면 바로 기적의 역사가 될 것이다.


● 실패를 통해 배우다

도로공사는 어느 팀보다 바빴다. 많은 투자를 했다. 서남원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7월 KOVO컵을 앞두고 연습경기에서 상대팀을 연파했다.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실패했다. 연습 때의 기량은 신기루였다. 예선 탈락했다. 감독은 변신을 결정했다. 팀의 체질을 바꿔버렸다. 주전세터를 보내는 2-2 트레이드를 했다. 외박과 휴일도 줄였다. 설악산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대청봉 등정을 앞두고 감독은 반대 방향으로 버스를 보내버렸다. 서 감독은 “여기서 다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했다. 선수들에게는 생수 하나씩만 줬다. 낙오자는 없었다. 하루 4차례씩 훈련도 했다. 중국 전지훈련도 다녀왔고, 일본 팀도 불렀다. 중국의 높이배구와 일본의 스피드 배구를 모두 상대하면서 팀의 문제점과 장단점을 파악했다.


● 두려움, 차희선, 장소연 그리고 이해

도로공사는 서브의 팀이다. 지난 시즌 247개의 서브에이스를 성공시켰다. 유일하게 200개를 돌파했다. 세트 평균 2.167개였다. 상대팀에 공포감을 주는 서브였지만 이상하게도 서브리시브 능력이 떨어졌다. KOVO컵의 실패도 결국 리시브에서 흔들린 탓이었다. 감독은 서브리시브 훈련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야간훈련 때마다 서브를 주고받으며 적응력을 높였다. 수비형 레프트 출신의 감독은 서브리시브 성공이 공포의 극복여부라고 했다. 서 감독은 “공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에 책임감을 가지라”고 했다. 공포는 선수들의 키워드다.

트레이드로 프로 4년차 세터 차희선을 선택한 것도 결단이었다. 국가대표 세터 이재은을 내주고 주전 2년차의 어린 선수를 영입했다. 팀 내부의 결속을 다지면서 새로운 배구를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차희선이 오자 팀의 색깔은 달라졌다.

위기 때 쉽게 허물어지는 약점은 장소연의 플레잉코치 영입으로 보완했다. 나이와 체력을 감안해 고비 때 원포인트로 투입하려던 카드였다. 그러나 연습경기를 통해 녹슬지 않은 기량을 확인했다. 체력도 충분했다. 블로킹과 이동공격은 물론 수비도 후배에게 뒤지지 않았다. 롤 모델이 코트에 있자 팀에 안정감이 생겼다. 센터 하준임의 블로킹 능력이 부쩍 좋아지고 프로에 들어온 이후 가장 열심히 수비훈련에 매달린 것도 장소연이 가져다 준 효과다.

팀의 기둥 김해란은 후배들을 신혼집으로 불러 자신이 만든 요리를 해줄 정도로 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감독도 선수들과 마음을 열려고 노력한다. 최근 체중이 갑자기 늘어난 어느 선수에게는 스스로 목표를 정해 감량하도록 했다. 여자선수 이해는 감독의 키워드다.


● 니콜의 도로공사, 니콜 없는 도로공사

서 감독은 1라운드가 팀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본다. 에이스 니콜이 미국대표팀 일원으로 그랜드챔피언스컵에 출전한다. 다행히 일본에서 열리는 경기라 딱 3경기가 빈다. 공격점유율 45%% 이상을 책임지는 선수가 빠진 그 때가 위기다. 초반 패배를 많이 당하면 나중에 추격이 힘들 수도 있다. PO 진출이 1차 목표다.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면 니콜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전술이 나올 것이다. 현재 도로공사는 니콜의 팀이다. 어느 정도 해주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결정된다. 니콜은 일찍 팀과 재계약했고, 미국대표팀으로 계속 경기를 했기에 경기감각도 체력도 좋다. 문제는 새로운 세터 차희선과의 호흡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인삼공사 시절 차희선은 외국인선수의 기량이 떨어지는 팀 특성상 국내선수들을 많이 활용했다. 감독은 결정적 순간에 니콜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속공의 구사비율을 얼마나 높일 것인지를 두고 새로운 세터와 많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라이트 니콜에 비해 국내파 레프트 공격수의 비중이 떨어지는 건 전력상 불균형이다. 황민경과 김선영이 주전이다. 심장 이상으로 훈련을 못했던 김미연도 곧 가세한다. 루키 고예림은 서브리시브가 좋고 블로킹, 공격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2년차 곽유화도 있다. 다른 팀에 비해 풍부한 레프트 자원이지만 확실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성남|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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