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최준석-삼성 채태인. 스포츠동아DB
한국시리즈(KS) 6차전이 열린 31일 대구구장. 경기에 앞서 홈팀 삼성 타자들의 타격훈련이 거의 끝나갈 무렵 두산 선수들이 야구장에 도착했다. 그 무리 중에 거구를 이끌고 배팅 케이지 쪽으로 오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최준석이었다.
최준석은 타격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삼성 채태인을 향해 “방망이 하나만 줘∼”라며 사정(?)을 했다. 29일 KS 5차전에서 홈런을 날린 채태인의 방망이에 욕심이 났던 모양. 최준석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홈런에 이어 KS 5차전에서도 홈런포 2개를 가동하며 무시무시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렇지만 잘 치는 타자의 방망이만 보면 욕심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채태인은 가뜩이나 큰 눈망울을 굴리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도 방망이가 없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최준석은 채태인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채태인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방망이 다섯 자루나 부러뜨렸다. 이제 남은 건 이 두 개밖에 없다”며 품에 끼고는 삼성 덕아웃으로 줄행랑을 쳤다. 그러면서 “거지 ×구멍에 콩나물을 빼먹어라”라며 웃었다. 연봉 5000만원짜리 선수에게서 방망이를 빼앗아가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뜻이었다.
산만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방망이를 구걸(?)하는 최준석, 큰 키에도 불구하고 종종걸음으로 도망가는 채태인. 그러나 둘은 경기에 돌입하자 입씨름 대신 홈런 경쟁을 펼쳤다. 최준석이 1-1로 팽팽하던 5회초 솔로포를 날리자, 채태인은 1-2로 뒤진 6회말 무사 1루서 역전 결승 2점포로 대응했다. 이들의 홈런 경쟁이 7차전에서도 이어질까.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