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예인 불법도박, 왜 빠져드나…재미삼아 몇만원이 판돈 커지면서 중독

입력 2013-1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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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근(오른쪽)과 탁재훈(왼쪽) 토니안 앤디 붐 등 유명 연예인들의 불법 도박 혐의로 연예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들이 출연하던 방송 프로그램은 큰 차질을 빚게 됐고, 추가로 공개될 명단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채널A·스포츠동아DB

스포츠경기에 베팅하는 ‘맞대기’ 성행
타인명의·휴대폰 이용등 방법도 간편

■ 사적 모임에서 이야기 듣고 호기심에 시작


‘사적 모임→부정한 입소문→호기심→작은 이익→파멸!’

이수근, 탁재훈, 토니안, 붐, 앤디 등이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파문은 사회적으로도 불법 도박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특히 이들처럼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유명 연예인들이 큰 돈을 걸고 불법 도박을 했다는 점에서 충격의 강도는 어느 때보다 크다.

정상의 위치에 있는 이들 연예인들은 왜 불법 도박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

11일 연예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연예인들은 ‘호기심’에서 처음 도박을 접하게 된다. ‘재미삼아’ 시작한 것이 흐르는 시간과 함께 거액의 판돈으로 규모가 커지고 결국 중독의 상황에까지 빠지게 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스포츠동호회 등 사적인 모임에서 자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도박)관련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면서 “처음에는 ‘누가 얼마를 벌었다더라’라는 등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으로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런 만남에서 브로커 등을 소개받는 경우도 많다.

처음엔 잃어도 큰 손해가 나지 않는 선에서 몇 만원의 비교적 작은 규모에서 도박을 시작한다. 그 후 이익을 얻는 등 재미를 보면 이후 수십만원, 수백만원씩 거액을 내건다. 하지만 이를 잃으면 그야말로 ‘본전 생각’에 쉽게 손을 뗄 수 없게 된다. 어느새 점차 헤어날 수 없는 중독의 상황에 이르게 되는 셈이다.

또 다른 한 관계자에 따르면 도박의 종류도 셀 수 없다. 수백, 수천 종류가 넘지만 연예인들이 주로 하는 도박은 따로 있다. 지난 4∼5년 전에는 해외에서 주로 하는 도박이 성행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불법 스포츠 도박이 늘고 있다. 이수근과 탁재훈, 토니안 등은 일명 ‘맞대기’ 혐의를 받고 있기도 하다.

‘맞대기’는 도박사이트에서 영국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 스포츠경기 결과에 돈을 거는 방식이다. 브로커(운영자)가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로 스포츠 일정과 경기팀을 알려주면, 승리 예상팀과 베팅액 등을 다시 브로커에게 보낸다. 이후 경기 결과에 따라 베팅한 팀이 이기면 배당금을 받고, (베팅한 팀이)지면 베팅금액을 브로커에게 입금하게 된다.

한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명의로 이용해도 되기 때문에 신분을 쉽게 감출 수 있다. 승리 예상팀만 문자메시지로 보내면 되는 방식이어서 손쉽다는 유혹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에는 이들을 도박에 끌어들인 브로커 외에는 불법 도박 사실을 쉽게 알아챌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위험하다고 많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과거 도박으로 모든 것을 잃은 한 연예인의 측근은 “연예인은 화려한 뒷면에 감춰진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큰 직종에 속한다. 스트레스를 풀거나 취미생활로 운동에 관심을 갖다 그와 관련된 도박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걸 모를 리 없지만, 쉽게 ‘한방(거액)의 재미’를 봤기에 더더욱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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