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왼쪽 4번)가 스위스의 장신 수비벽을 뚫고 헤딩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첫 번째 세트피스 득점이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자신도 팀도 살린 의미 깊은 골이었다.
‘중앙 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는 15일 스위스와 평가전에서 풀타임 출전하며 동점골을 뽑았다. 공수에서 빛나는 활약이었다. 한국은 전반 이른 시간 선제골을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홍정호의 안정된 수비 조율에 힘입어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추가 실점도 없었다. 후반 13분에는 직접 동점골을 터뜨렸다. 기성용의 왼쪽 코너킥을 받아 골문을 흔들었다. 21경기 만에 맛 본 감격스런 A매치 1호 골.
홍명보호에 세트피스는 악몽이었다. 수비수 사이로 돌아들어가는 상대 선수를 놓치기 일쑤였다. 최근 3경기 연속 세트피스 실점. 전임 최강희 감독이 이끈 대표팀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유독 세트피스 실점이 잦았다. 징크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기도 했다. 상대는 스위스. 유럽에서도 내로라하는 조직력과 세트피스 득점력을 장착했다. 홍명보 감독은 “스위스가 세트피스에 좋은 팀인 만큼 수비에서 실점하지 않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정호가 모든 불안을 종식시켰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장현수(FC도쿄) 등과 호흡을 맞춰 공중 볼에서 뒤지지 않았다. 힘과 체격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홍정호의 헤딩골은 세트피스가 더 이상 악몽이 아닌 ‘승리 공식’이라는 점을 인식시켰다. 대표팀은 7월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 9경기 만에 세트피스에서 첫 골을 넣었다.
대표적인 ‘홍명보 키드’ 홍정호는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른 무릎 후방 십자인대 파열로 런던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지금은 수비라인을 이끄는 대표팀의 핵심 자원이다. 공격에서는 곽태휘 이후 ‘골 넣는 수비수’의 진가를 보여줄 참이다. 그는 “한국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싶었다. 세트피스 실점을 하지 않으려고 많이 연습했는데 우연찮게 공격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어 뿌듯하다”고 밝게 웃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