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15분차로 부전패 면해 ‘휴∼’

입력 2013-1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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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감독들, 눈만 내리면 화들짝…왜?

최근 폭설에 흥국생명전 이동길 진땀
버스서 옷 갈아입고 겨우 도착 꿀맛승
대한항공은 버스 대신 전력질주 일화도


프로배구 V리그 감독들은 눈이 내리면 걱정부터 앞선다. 경기 하루 전부터 일기예보를 보는 까닭은 경기장 가는 길이 어떨지 몰라서다. 배구는 의외로 이동이 많다. 경기 전날 코트적응을 위해 이동하고 경기 당일 또 움직인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숙박을 하지 않는다. 훈련장이 대부분 경기도 용인과 수원을 중심으로 있는데다 경기장도 버스로 2시간 이내 거리여서 어지간하면 당일치기다.


● 15분 차이로 부전패를 면한 기업은행

12일 점심 무렵부터 서울 경기도를 중심으로 폭설이 내렸다. 교통대란은 예상됐다. 화성에서 경기가 예정된 기업은행 선수들은 수원 숙소에서 평소보다 1시간 먼저 출발했다. 눈길을 예상하고 서둘렀지만 화성까지 가는 2차선 도로는 주차장이었다. 버스 한대가 고장으로 2차선을 다 막는 바람에 선수들은 차 안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이정철 감독은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감독관에게 연락해 긴박한 상황을 알렸다. 돌아오는 대답은 “규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였다. 대회 운영요강 40조대로라면 경기시작 60분전에 경기장에 도착해야 한다. 불가항력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어느 한 팀이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을 때 부전패(0-3)가 되며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경기 심판감독관의 승인을 얻어 최대 40분간 경기개시를 연기할 수 있다. 오후 5시 경기였으므로 늦어도 4시40분까지는 도착해야 부전패를 당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전례 없는 일에 중계방송을 준비하던 방송사도 바빠졌다. 여차하면 대체방송을 준비해야 할 상황. 용인에서 출발했던 흥국생명은 다른 코스를 택한 행운을 누렸다.

오후 4시가 넘어갔다. 흥국생명 측에서는 부전패 규정을 다시 확인했다. 이정철 감독은 특별지시를 내렸다. 버스 안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경기용 운동화를 신은 뒤 몸을 풀라고 했다. 좁은 버스 안이지만 선수들은 후닥닥 움직였다. 다행히 고장 난 버스는 치워졌다. 기업은행은 오후 4시25분에 간신히 경기장에 도착했다. 그리고도 흥국생명에 3-0으로 이겼다.


● 경기장까지 뛰어간 삼성화재 대한항공 선수들

눈 때문에 혹은 고장 난 버스 때문에 경기장에 지각할 뻔했던 사례는 많다.

몇 년 전 대한항공은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경기를 할 때 비슷한 일을 겪었다. 부전패를 몇 분 앞두고 체육관으로 올라가는 경사길에서 버스가 낑낑대자 선수들이 모두 내려 경기장까지 뛰어갔다. 그나마 거리가 가까웠고 체력이 좋은 선수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삼성화재는 고속도로에서 버스가 고장나는 바람에 애를 태운 적도 있다. 긴급히 다른 버스를 수배해 부전패는 면했다. 슈퍼리그 때인 2001년 2월15일 상무와 경기 때 폭설로 버스가 움직이지 못하자 선수들이 구보로 장충체육관까지 도착한 적도 있다. 강남구 일원동 부근에 버스를 세워두고 선수들이 30분 이상 뛰어서 왔다고 했다. 물통 등 장비까지 들고 뛰었을 선수들의 모습이 선하다. 결국 그날은 경기 개시 시간이 15분 늦어졌다. 그 때의 기억 때문인지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선수들이 출발시간 전에 버스에 있지 않으면 싫어한다. A선수는 숙소에서 늦게 내려왔다가 버스가 떠나는 바람에 혼자 택시를 타고 톨게이트까지 허겁지겁 따라온 적도 있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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