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열일곱 내 꿈은 소치의 여왕”

입력 2014-0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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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쇼트트랙을 이끄는 에이스 심석희가 꿈의 무대 올림픽에 나선다. 앳된 열일곱 소녀지만 스케이트화를 신으면 늠름한 국가대표로 변신하는 그녀의 금빛 질주가 기대된다. 동아닷컴DB

■ 한국여자 쇼트트랙 에이스 심석희 2014 희망인터뷰

운동시작때부터 꿈꿔온 무대
요즘엔 숙소에 누워 쉬다가도
스케이트 들고 나가기 일쑤예요

포커페이스? 사실 낯가림 때문
안경벗으면 예쁠것 같다고요?
그럼 안 보이는데....

시상대서 애국가 듣는 상상 해봤죠
현실이 되면 상상이상 이겠죠?


앳된 얼굴, 옅은 미소, 가냘픈 몸매에 수줍음 많은 성격까지. 심석희(17·세화여고)를 만약 길에서 마주친다면 그녀가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라고 상상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그녀는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에 당당히 태극마크를 거머쥔 쇼트트랙 스케이터다.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국가대표팀을 이끌 에이스이자,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앞둔 그녀는 “올림픽은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라며 “뭔지도 잘 모르면서 막연하게 꿈꿔왔던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고 생각하니 많이 설렌다. 많은 분들이 기대해주신 만큼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 최대 강점 근지구력으로 세계 석권

심석희는 2010년 이후 에이스 부재에 시달리던 한국쇼트트랙의 단비 같은 존재다. 시니어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12∼2013시즌 6차례의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3∼2014시즌에도 대회에 나설 때마다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올림픽 출전자격 대회였던 3차 월드컵에선 여자 1000m·1500m·3000m 계주에서 3관왕을 차지했고, 4차 대회에서도 금·은·동메달을 1개씩 목에 걸었다. 한국쇼트트랙의 취약종목인 여자 500m에서도 동메달을 따내 소치에서 장거리뿐 아니라 단거리에서도 메달을 기대케 하고 있다.

윤재명 쇼트트랙대표팀 총감독은 “(심)석희의 최대 강점은 근지구력”이라며 “여기에 순발력까지 좋다. 스타트가 세계 선수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단거리에서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칭찬했다.


●타고난 ‘훈련벌레’

심석희가 단기간에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빼어난 재능에 더해진 노력 덕분이다. 태릉선수촌에서의 생활은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아침 훈련을 마치면 스케이트화를 신고 몇 시간이고 얼음판 위를 지친다. 그러나 남들과 똑같이 운동해서는 앞설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홀로 추가훈련을 한다. 그녀의 수식어는 대표팀 밖에선 ‘에이스’, 안에선 지독한 ‘훈련벌레’다.

심석희는 “운동선수가 자신이 속한 종목에서 더 잘 하고 싶은 욕심을 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며 “게다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쉬러 숙소로 올라가서 누워있다가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들면 스케이트화를 신게 된다.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스케이트화 벗으면 수줍은 여고생

심석희의 또 다른 장점은 포커페이스다. 어린 나이임에도 큰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인 두둑한 배짱이 무표정 속에서 그대로 읽힌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포커페이스라는 말에 “낯가림이 심해서…”라며 배시시 웃었다. ‘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도 “요즘 인터뷰도 하고 (카메라) 촬영도 많이 하니까 조금 실감이 난다”고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안경을 벗으면 더 예쁠 것 같다’는 말에는 얼굴을 붉히며 “안경을 벗으면 안 보인다”는 다소 엉뚱하지만 귀여운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럴 때 보면 과연 세계무대를 휘어잡는 스케이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천진난만하다. 차분하고 진중하게 말을 이어가면서도, 드문드문 짓는 미소에 순수함이 묻어난다.


● 올림픽은 꿈의 무대!

‘수줍은 여고생’은 스케이트화를 신는 순간 의젓한 국가대표로 변신한다. 심석희는 소치동계올림픽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녀는 “운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올림픽은 꿈꿔왔던 무대였다”며 “그때는 뭔지도 모르고 막연하게 올림픽에 나가는 내 모습을 그려왔던 것 같다. 시상대 위에 서서 애국가를 듣는 상상도 해봤는데, 만약 현실이 되면 상상 그 이상일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주위에서 ‘대표팀 에이스다’, ‘금메달을 딸 것이다’고 많이 말하는데, 부담보다는 그만큼 나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얘기를 하는 내내 안경 너머로 보이는 심석희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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