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렉 매덕스. 사진|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시절 경기 모습 캡처
매덕스와 ML 동시대 활약 모리스에겐 투표
명예의 전당 만장일치 실패…야구팬들 비난
“역사상 최악의 명예의 전당 투표다.” “인색한 투표자로 인해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MLB닷컴은 당장 투표권을 반납해야 한다.”
‘컨트롤의 마법사’ 그렉 매덕스(48·사진)의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입성이 좌절됐다. 8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의 다저스 전담 기자인 켄 거닉이 잭 모리스에게만 투표하고 나머지 9명의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에 대해선 기권했기 때문이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매덕스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에 가입된 회원 570명 중 130명으로부터 100%% 지지를 받아 사상 첫 만장일치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이미 지난해 11월 끝난 투표에서 투표권자는 최대 10명까지 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 75% 이상 득표할 경우에만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될 수 있다. 거닉은 ‘약물의 시대에 뛴 모든 선수들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란 황당한 이유를 들며 사이영상을 4년 연속 수상한 매덕스는 물론 사이영상 2회 수상에 빛나는 톰 글래빈 등을 모두 외면하고 명예의 전당 도전만 15년째인 모리스에게만 표를 행사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물론 동료 기자들까지 거닉에 대한 거친 비난 행렬에 가세했다. 심지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프랜차이즈스타였던 치퍼 존스는 애틀랜타 저널-컨스티투션의 데이빗 오브라이언 기자에게 보낸 트위터를 통해 “지금까지 만장일치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분명히 멍청한 얼간이가 매덕스에게 표를 주지 않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스의 트위터 글은 매덕스의 만장일치가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하루 전인 7일 작성된 것으로, 그의 예언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거닉은 이른바 ‘약물의 시대’로 불리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활약했던 선수들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자격이 없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라파엘 팔메이로, 로저 클레멘스 등 약물복용이 들통 난 선수들뿐 아니라 동시대를 뛰었던 선수들 모두 한통속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아무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거닉의 주장에는 큰 모순이 있다. 거닉이 유일하게 표를 던진 모리스의 경우 1994년 은퇴해 매덕스와 9년간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투수다. 그 기간 중 매덕스는 3번이나 사이영상을 받았다. 통산 254승을 올린 모리스도 분명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매덕스는 그보다 101승이나 더 많은 355승을 따냈다. 방어율도 3.16으로 3.90의 모리스보다 훨씬 앞선다. 17년간 15승 이상을 거두는 꾸준함을 보였고, 통산 5008.1이닝을 던져 999개의 볼넷만 허용했을 정도로 정교한 제구력이 일품이었다. 명석한 두뇌피칭으로 약물복용 덕분에 근육을 키운 타자들을 압도한 그에게 팬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매덕스의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입성은 물 건너갔지만 남은 관심은 1992년 430표 중 425표를 받아 98.84%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던 톰 시버의 득표율을 매덕스가 넘어서느냐에 쏠려있다. 많은 팬들은 명예의 전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거닉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투표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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