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규민은 LG 사이드암 투수로는 처음으로 2시즌 연속 선발 10승에 도전한다. 그는 지난해 연말 사이판 재활캠프를 통해 몸을 좀더 완벽하게 만드는 등 일찌감치 올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스포츠동아DB
작년 프로 데뷔 첫 풀타임 선발에 생애 첫 PS 경험
집중력의 한계 넘어선 PO 4차전은 잊지 못할 승부
낮은 스트라이크 주무기…올해는 컷패스트볼 욕심
팬들 기억 속에 ‘잘 던진 사이드암 투수’로 남았으면
LG 우규민(29)은 올해 참 기대되는 투수다. 그는 지난해 30경기에서 10승8패, 방어율 3.91을 기록했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 선발투수로 풀타임을 뛰면서 제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LG가 11년 만에 4강에 오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40일 동안 사이판에서 재활캠프를 소화했다. 올 시즌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렸다. 올해 목표는 12승과 방어율 3.50, 그리고 160이닝 투구다. 그는 지난해 플레이오프 4차전을 잊지 못한다. 야구를 하면서 투수가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지를 배운 경기였다. LG 역사에 2년 연속 10승 투수가 된 사이드암은 아직 없었다. 우규민이 그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 40일간의 사이판 캠프는 대만족!
-사이판에서 훈련 많이 했구나. 얼굴이 새까맣다.
“햇볕이 뜨거워서 많이 탔어요.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태웠어요.”
-사이판에서 해를 넘겨 훈련했다며?
“네. 40일쯤 훈련했죠.”
-재활캠프는 언제부터였나?
“공식 캠프는 11월 23일부터 12월 23일까지 한 달간이요. (봉)중근이 형이랑, (윤)요섭이 형이랑 열흘 더 하고 왔어요.”
-재활캠프다. 어떤 훈련을 하나?
“공만 안 던져요. 오전에 러닝, 하체운동, 복근운동을 하고 오후에 웨이트 트레이닝, 저녁에 보강운동, 치료, 마사지요. 7일 하고 하루 쉬는 스케줄로 움직였어요.”
-사이판 같이 따뜻한 곳에서 하는 재활캠프가 확실히 효과가 있나?
“대만족입니다. 몸이 좋아지는 걸 느껴요. 중근이 형이 8년째 해외에서 재활캠프를 했대요. 다음 시즌을 앞두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연말에 귀국하지 않고 열흘을 더 했다.
“연말이니까 한국에 가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본의 아니게 술자리가 생길수도 있고 하잖아요. 열심히 몸을 만들었는데, 자칫하면 다 날아갈 수 있거든요. 중근이 형, 요섭이 형이랑 마음이 맞았어요. 공교롭게 선발, 마무리, 포수가 되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요.”
-쉬지도 못하고 새해를 맞은 셈이 됐다.
“시즌 끝나고 한 달 정도 쉬었잖아요. 일본으로 온천여행도 다녀왔고요. 몸이 근질근질할 때 사이판으로 갔고요. 대만족입니다.”
● 투수가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가를 배웠다!
-11년 만에 LG가 4강에 진출했다.
“2003년에 제가 입단하면서부터 4강에 못 갔어요. 정말 한을 풀었죠.”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두산과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요. 우리가 이기고, 한화가 넥센을 이겨서 2위가 됐잖아요. 우승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많은 선수가 눈물을 흘렸다.
“그게요, 경기에 이기고 그라운드로 나가면서 관중석을 봤어요. 근데 팬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거예요. 우리보다 더 좋아하는 거예요. 정말 찡했어요. ‘이런 걸 왜 진작 못했을까’, 그런 생각 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기쁘고 눈물나고 그랬죠.”
-플레이오프는 아쉬웠다.
“정말 아쉬웠죠. 우리보다 두산이 더 잘 했어요. 그래도 ‘한해 수고했다’ 하면서 박수 칠 수 있었어요.”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죠. 생애 처음 포스트시즌에 선발로 나간 경기인데, 정말 이기고 싶었어요. 6.1이닝을 던지면서 공 91개를 던졌는데, 그렇게 집중한 경기는 처음이었어요. 경기는 졌지만, ‘내가 마운드에서 이렇게 집중할 수 있구나’, 그런 걸 느꼈어요. 경기 끝나고 요섭이 형이 ‘규민아, 오늘 네 공은 단 한 개의 실투도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선발로 풀타임을 뛰었다. 10승도 했다.
“2012년 가을캠프 때 차명석 코치님이 ‘내년에 선발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어요. 경찰청에서 선발도 했고,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죠. 전략을 잘 짠 것 같아요.”
-어떤 전략?
“낮은 스트라이크죠. 어차피 삼진 잡는 투수는 아니니까 ‘낮은 스트라이크를 던져서 맞혀 잡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먹혔어요. 그리고 항상 아웃카운트 18개를 목표로 잡고 올라가요. 한 타자 잡으면 ‘17개 남았다’, 또 한 타자 잡으면 ‘16개 남았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맞아. 지난해 낮은 스트라이크가 인상적이었어. 그리고 사이드암인데 좌타자 승부도 잘 하더라.
“체인지업이 있으니까 편해요. 또 몸쪽에 낮은 직구도 잘 먹히고요.”
-무심패스트볼을 즐겨 던진다며?
“보통 패스트볼 하면 포심, 투심을 이야기하는데 저는 포심을 잘 못 던져요. 컨트롤이 잘 안돼서 대부분 무심패스트볼을 던지죠. 실밥을 잡지 않고 던지는 건데, 저는 이게 가장 편하고 좋아요.”
-올해 투구패턴도 지난해와 같은가?
“네. 역시 낮은 스트라이크존 공략이죠. 올해는 컷패스트볼을 좀 많이 던질 생각입니다.”
● 최근 3년, 시즌 중에는 허리가 안 아팠다!
-올해는 체력테스트를 하지 않아 다행이겠다.
“감사하죠. 2년 연속 탈락했거든요. 나름 준비는 했지만….”
-허리는 언제부터 좋지 않았나?
“야구를 시작하면서요. 초등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때는 오버핸드 투수였어요. 뭔가 폼이 맞지 않았나 봐요.”
-사이드암은 언제부터였나?
“중학교 2학년 때요. 동기 9명 중 7명이 투수였어요. 다 오버핸드였는데, 제가 스스로 사이드암으로 던지겠다고 했죠. 투수로 살아남기 위해서 결정한 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 했죠. 3학년 때 바로 전국대회에서 노히트노런도 했거든요.”
-휘문중 동기 중에 좋은 유격수 많이 나왔잖아?
“지석훈(NC), 서동욱(넥센), 나주환(SK)이 동기예요.”
-고1 때 큰 교통사고가 있었다면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아버지, 형이랑 대구에 내려갔다 올라오는데 교통사고가 났어요. 고속버스가 저희가 탄 차를 뒤에서 받은 거예요. 차에 불이 날 정도로 큰 사고였는데 기적같이 아무도 다치지 않았어요. ‘외할아버지가 우릴 살려주셨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죠. 그때 허리 충격이 있어서 병원에 갔는데 디스크, 척추분리증, 이런 진단을 받았죠.”
-공 던질 때 지장은 없나?
“최근 3년 동안 공 던지면서 아픈 적은 없어요. 예전에는 참고 던졌는데, 요즘은 느낌 안 좋으면 미리 말하고 안 던져요.”
● 올해 목표는 12승, 방어율 3.50, 160이닝!
-올해가 참 중요하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준비도 열심히 했고요.”
-목표는?
“지난해보다 더 잘 해야죠. 12승과 방어율 3.50, 그리고 160이닝이 목표입니다.”
-올해는 상대해야 할 외국인타자도 8명이나 된다.
“붙어보면 장단점이 나오겠죠. 피하지 않고 승부할 겁니다.”
-선발투수로는 이제 2년차다. 어떤가?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불펜투수가 좋았어요.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게 좋았거든요. 선발투수가 됐으니까, 로테이션 지키고 많은 이닝을 던지도록 해야죠.”
-LG에서 2년 연속 10승 투수가 된 사이드암은 아직 없다.
“그래요? 저는 제구력이 있으면 사이드암도 선발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나중에 우규민 하면 ‘공 잘 던졌던 사이드암’으로 팬들이 기억할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15일이면 스프링캠프가 시작된다.
“설렙니다. 3년 만에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거고, 또 올해는 애리조나에서 하거든요. 팀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올해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올해도 팬들에게 좋은 선물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우규민은?
▲생년월일=1985년 1월 21일 ▲키·몸무게=184cm·75kg(우투우타) ▲출신교=성동초∼휘문중∼휘문고 ▲프로 지명=2003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LG 지명·입단 ▲2013년 성적=30경기(147.1이닝) 10승8패2홀드 방어율 3.91 ▲대표팀 경력=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