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3역’ 기성용 팔방미인 거듭나다

입력 2014-01-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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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스포츠동아DB

■ 기성용 공격형 미드필더 실험 성공의 의미

선덜랜드 이적 후 다용도 전술 옵션 활용
볼 키핑·킥 감각·몸싸움 등 감독 눈에 쏙
공격형 MF·수비형 MF·중앙수비수 가능
전방 볼 배급·중거리 슛 능력까지 극대화

선수의 포지션 변경은 팀 사정과 깊은 연관이 있다. 선수에게 마냥 달가울 수는 없다.

주 임무와 번외 업무를 수행하려면 혼란이 커질 수도 있고, 체력적인 부담도 가중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포지션 변경은 그만큼 팀에서 그 선수를 믿는다는 증거다. 본업을 잘 수행하고, 전술적 이해가 뛰어난 영리한 선수가 아니면 다양한 위치를 맡기지도 않는다.

기성용(25·선덜랜드)은 요즘 팀에서 다용도 전술 옵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12일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풀럼FC와의 2013∼201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에서 평소와 달리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거스 포옛 감독의 실험은 성공했다.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성용은 자신에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했다. 1골 1도움과 함께 선덜랜드의 4-1 승리를 지휘했다.


● 3가지 포지션 수행, 이상 무!

기성용은 공격수가 아니다. 수비능력이 좋은 수비형 선수다. 득점이나 어시스트 등 공격 포인트를 올려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그런데 최근 모습은 그렇지 않다. 기성용은 정규리그에서 2골을 터뜨렸고, 리그 컵(캐피털원컵)까지 합치면 올 시즌 3골을 넣었다. 그것도 모두 지난해 12월 하반기부터 쏟아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포옛 감독이 기성용을 전진 배치했기 때문이다. 선덜랜드는 강등 탈출이 시급하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가동해야 했다. 구단 자금사정도 넉넉지 못해 이적료를 주고 선수를 영입할 수도 없다. 결국 기존 스쿼드 역량을 극대화하는 게 최대 과제였다.

여기서 기성용이 눈에 띄었다. 남다른 볼 키핑 능력, 킥 감각, 어지간한 몸싸움에 밀리지 않다보니 신뢰가 쌓였다. 처음 유럽 입성 기회를 안겨준 셀틱(스코틀랜드) 시절부터 줄곧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1차 저지선 역할을 소화했다.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 이적 이후에도 임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간혹 변화가 찾아오기도 했다. 중앙수비수 변경이었다. 중요한 순간, 안정이 필요할 때면 스완지시티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은 기성용을 후방에 배치해 승부수를 띄웠고 대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선덜랜드에서는 한 가지 임무가 더 추가됐다. 적극적인 전방으로의 볼 배급이었다. 이는 기성용의 타고난 장점이기도 했다. 장기인 중거리 슛까지 더해지면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포옛 감독은 내다봤다. 기성용이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전투적인 성향이 강한 리 캐터몰과 포지션이 겹치는 현상도 방지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부족한 전력에 선수 한 명을 선발 출전 엔트리에서 제외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풀럼 원정전은 기성용의 모든 걸 확인할 기회였다. 팀이 필요한 모든 걸 수행했고 입지는 더욱 단단해졌다. 스완지시티에서는 기성용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쫓겨나듯 임대됐던 과거와는 천양지차다.

기성용은 “우린 필사적으로 싸웠고, 자신감도 찾았다”고 했다. 포옛 감독도 ‘팔방미인’ 기성용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포지션을 놓고 고민이 커졌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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