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번복은 없다’…해프닝으로 막 내린 대표팀 복귀

입력 2014-0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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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한국축구 최대 이슈였던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는 결국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은 자신이 주최하는 자선 축구경기를 5월31일이나 6월1일 열기로 결정했다.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는 축구대표팀 소집기간과 겹쳐 박지성의 대표팀 합류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스포츠동아DB

박지성 자선경기 5월 31일 또는 6월 1일 확정
대표팀 소집은 5월 중순…시기적으로 불가능

홍명보 감독 “일단 만나는 보겠다”

■ 박지성 복귀 불발이 홍명보호에 미칠 영향은

1. 오히려 잘됐다…박지성 지우고 월드컵 집중
2. 홍 감독 답지 않은 경솔한 발언…리더십 흠집

올해 초 한국축구를 뜨겁게 달궜던 박지성(33·아인트호벤)의 대표팀 복귀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지성은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 축구경기(아시안 드림컵)를 5월31일 또는 6월1일에 연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JS파운데이션 이사는 22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5월31일이나 6월1일 중 하루를 택해 자선경기를 한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가 될 것이다. 날짜가 바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박지성은 2011년부터 시작한 이 자선경기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

아울러 박지성은 5월이나 7월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다. 박 이사는 “월드컵이 열리는 6월에는 결혼 안 한다. (박)지성이가 월드컵 기간 브라질로 직접 가서 경기를 보려고 한다”며 “자선경기 직전인 5월에 하거나 아예 7월에 하려고 한다. 날짜가 확정되면 공식 발표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는 사실상 불발됐다. 자선경기가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소집시기와 겹친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대표팀은 월드컵 개막 한 달 전 소집할 수 있다. 브라질월드컵은 현지시간 6월13일 시작된다. 홍명보호는 5월 중순 소집될 예정이다. 2010남아공월드컵(6월11일 개막) 때도 허정무호는 5월10일 파주NFC에 소집된 뒤 5월17일 26명의 2차 예비명단을 발표하고, 5월22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5월24일 일본과 평가전 후 오스트리아로 넘어가 5월30일 벨라루스와 평가전을 가진 뒤 6월1일 23명의 최종명단을 확정했다. 홍명보호도 4년 전과 비슷한 일정을 소화할 전망이다.

만일 박지성이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엔트리(23명)에 포함된다고 가정하면 대표팀 소집 중간 잠시 휴가를 얻어야 자선경기에 참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박지성은 프로정신이 투철하다. 대표팀 훈련 도중 개인적인 일로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한다.

홍 감독도 마찬가지다.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이 좋은 예다. 당시 기성용(선덜랜드)은 아시안게임에 가기를 강력하게 원했지만 당시 소속 팀 셀틱이 반대했다. 기성용은 셀틱을 어렵게 설득해 본선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토너먼트부터 보내주겠다는 절반의 승낙을 받아냈다. 하지만 홍 감독은 1명의 선수에게 편의를 봐 줄 수 없다며 아예 기성용을 뽑지 않았다. 이런 홍 감독이 박지성만 예외를 인정할리 없다.

“자선경기를 5월31일이나 6월1일 열면 박지성이 브라질월드컵에 나갈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박 이사는 “(박)지성이가 지금 대표팀 선수인가. 은퇴한지 3년이 넘었고 지금까지 수 십 차례 복귀는 안 한다고 말했다. 왜 그걸 우리에게 묻나”고 반문했다.

이번 논란은 홍 감독이 8일 “대표팀 감독이 된 후 아직 박지성을 만나본 적이 없다.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대표팀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박지성 생각을 전해 들었다. 대표팀 감독 입장에서 박지성을 만나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촉발됐다. 홍 감독은 “설득이 아니라 그냥 만나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것이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저 단순한 만남으로만 해석하기는 힘들다. 설득, 권유는 아니어도 의사 타진 정도로는 봐야 한다.

이 발언으로 제로에 가깝던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에 불이 활활 지펴졌다. 팬, 언론의 관심도 상당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대표팀 은퇴를 번복할 생각이 전혀 없다. 원래 계획대로 차근차근 자선경기 등을 준비하고 있다. 박지성이 홍 감독에게 ‘내 입장은 변함없다’고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 차라리 잘 됐다

이번 논란으로 홍 감독과 박지성, 대표팀 모두 조금씩 상처를 입었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의 발언은 경솔했다. 평소 진중하고 치밀한 홍 감독답지 않은 선택이었다. 홍 감독은 “월드컵에서는 박지성처럼 팀에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 필요하다”고 했다. 뒤집어 말하면 대표팀은 베테랑 부재라는 숙제를 안은 채 브라질로 향하게 됐다. 또한 홍 감독이 의도했던 아니던 간에 홍 감독이 여론을 등에 업고 후배인 박지성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가 된 것도 사실이다. 이 부분은 홍 감독이 박지성을 직접 만나 상황을 설명한 뒤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전지훈련을 위해 22일(한국시간) 미국 LA에 도착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그 일(박지성 자선경기 일정)은 모르겠다. 어쨌든 박지성과 한 번은 만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차라리 잘 된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제 더 이상 ‘박지성 복귀론’이 불거질 일은 없다. 한국축구는 더 이상 박지성에게 목을 매서는 안 된다. 박지성은 수면 아래로 흘려보내야 한다. 홍 감독은 8일 박지성을 만나겠다고 말한 직후 “시기상 추릴 건 추리고 털 건 털고 가야 할 때다”고 했다. 그 말대로 이제는 박지성을 확실히 떨쳐내고 월드컵에만 집중해야 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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