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기자의 여기는 쿠이아바] 무덥고 습도 높은 쿠이아바…아레나는 철야공사중

입력 2014-0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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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와 1차전 치를 경기장 가 보니…

활주로 확장·도로정비…도시전체가 공사중
판타나우 아레나엔 대형트럭·인부들 분주
그라운드·관중석·장내시설 등 막바지 작업


그곳은 한국축구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의 역사가 시작될 장소였다.

22일(한국시간) ‘아마존 남문’으로 불리는 브라질 마토 그루스주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아레나(Pantanal Arena)를 찾았다. 상파울루에서 2시간 정도 비행기로 날아간 끝에 당도한 여기서 홍명보호와 러시아가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H조) 1차전(6월18일 오전 7시)을 갖는다.

잔뜩 기대했던 쿠이아바의 첫 인상은 좋지 않았다. 하필이면 이날 천둥 번개를 동반한 거센 뇌우가 쏟아졌다. 기온은 평소 보다 낮은 섭씨 29도 가량이었는데, 여기에 끈끈한 습기까지 더해지니 불쾌지수는 오히려 높아졌다. 지금은 이곳은 겨울철이지만 월드컵 개최 도시 가운데 쿠이아바와 마나우스 등 아마존 지역에서는 계절 변화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쿠이아바의 겨울철은 습도가 약간 줄어들겠지만 연중 내내 무더위가 가시질 않는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이야기다.

쿠이아바는 도시 전체가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공항은 활주로와 청사 확장 공사를 하고 있었고, 차선 확장이 되고 있는 도로도 군데군데 움푹 패여 있었다. 그러다보니 쏟아지는 장대 빗줄기를 처리할 배수시설도 부족했고, 골목마다 벌건 흙탕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지만 공사가 완벽히 끝날 때까지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였다.

판타나우 아레나도 마찬가지였다. 본래 공항에서 경기장까지 차편으로 이동 거리가 5∼10분에 불과할 정도로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하지만 이날은 폭우로 인해 도로가 마비되고 극심한 차량 정체 현상이 빚어지며 이동하는데 족히 30분이 넘게 소요됐다.

택시를 타고 한참을 헤맨 끝에 어렵사리 다가선 경기장 주변에는 보기 흉한 철골들과 콘크리트 구조물 등 공사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경기장 본부석 맞은편으로 보이는 곳 외곽에 대형 크레인이 위태롭게 서 있었고, 여러 대의 레미콘들과 대형 트럭들이 현장을 쉼 없이 들락거렸다. 근처 간이 사무소에서 식사를 마친 듯한 공사 인부들도 교대 작업을 위해 각자의 구역을 향해 잰걸음을 옮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부들이 야간에는 업무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시기인지라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철야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있었다. 사실 진작 그렇게 했어야 했다. 쿠이아바를 대표한 축구 클럽인 믹스투의 홈구장 베르다우를 허물고 2010년 5월 시작된 공사는 당초 계획대로라면 작년 12월31일 4만2968석 규모의 대형 경기장이 완공돼야 했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유로 제대로 진척되지 못해 지금에 이르렀다. 특히 작년 10월 건설 현장 화재로 지붕 일부가 타버리는 등 예상치 못한 악재들이 겹치면서 결국 브라질 정부와 브라질월드컵조직위원회측은 판타나우 아레나의 완공 시기를 4월로 조정해야 했다.

그래도 실험 정신만큼은 확실히 인정할 만 하다. 시공비 5억1900만 헤알(약 2700억원)을 들인 이 경기장은 대개 쓰레기 재활용 자재로 구성됐다. 경기장을 둘러싼 지붕도 폴리스티렌이라는 스폰지 형태의 플라스틱 합성수지로 만들어졌다. 당시 화재 피해가 예상보다 컸던 이유다.

자신을 공사 현장 간부라고 소개한 페드로(47)씨는 “공사 기한이 자꾸 늦어진다고 걱정을 하는 외부 생각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브라질의 월드컵 개최에는 전혀 문제없다. 더 이상 기한이 연장될 일도 없을 거다. 기대 이상의 경기장이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기장 공사 현장은 신분을 밝히고 나니 외부 사진 촬영이 가능했지만 안전모를 착용하고 출입한 내부 촬영은 여러 가지 보안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월드컵조직위원회 차원에서 승인이 떨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눈으로 어렴풋이 공사 상황을 짐작할 수 있도록 허락해줬다. 나중에 잔디를 씌울 그라운드 밑바닥과 관중석 및 취재석 스탠드 공사는 거의 막바지 단계처럼 보였고, 선수단 라커룸 등 장내 시설도 거의 완성된 벽면에 도색을 겸한 페인트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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