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스포츠동아DB
원정 온 팬들 ‘Ki’ 연호…선덜랜드, 29년 만에 결승행
기성용(24·선덜랜드)이 2년 연속 리그 컵 우승에 도전한다.
기성용은 23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캐피털 원 컵(리그 컵) 4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천금같은 1도움에 이어 깔끔하게 승부차기까지 성공시키며 팀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기성용은 팀이 0-1로 뒤지던 연장후반 종료 1분 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반대편으로 땅볼 패스를 연결했고, 이를 동료 바슬리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기성용의 시즌 2호 도움. 그러나 잠시 후 맨유 에르난데스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양 팀은 1,2차전 합계 3-3으로 동률을 이뤄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승부차기에서도 기성용의 강심장이 빛났다.
양 팀 모두 연거푸 실축이 나오면서 4번 키커 기성용의 차례 때 승부차기 스코어는 1-1이었다. 기성용의 슛은 침착하게 골문 오른쪽 구석을 꿰뚫었다. 이어 맨유의 4,5번 키커가 모두 실패해 선덜랜드는 승리를 낚았다. 선덜랜드는 29년 만에 리그 컵 결승에 진출했다. 프리미어리그 데뷔 첫 해였던 작년 스완지시티에서 리그 컵 우승을 맛 본 기성용은 2년 연속 정상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결승전은 3월3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시티와 맞붙는다.
한편 이날 선덜랜드 팬들의 원정 응원이 눈길을 끌었다. 9000여명의 팬들이 원정경기를 찾아 극히 이례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구단도 팬들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맨유와 합의해 평소보다 많은 원정좌석을 확보했고, 150여대의 원정버스를 제공해 교통편을 제공했다.
‘임대생’ 기성용은 팬들의 크나큰 사랑을 받았다. 팬들은 직접 응원가를 만들어 부르며 극진한 관심을 쏟았다. 기성용이 볼을 잡을 때마다 ‘Ki Ki Ki Ki, Mr Sunderland!’를 외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성용은 한결같았다. 중원에서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어나갔다.
경기 후 거스 포옛 감독은 “기성용과 바슬리가 서로 4번째 키커로 나서겠다고 신경전을 벌였다”고 해프닝을 말하면서 “선수들의 열정과 승부욕을 봤다”고 칭찬했다.
기성용은 결승진출 기념깃발을 흔들며 크게 환호했다. 특히 맨유석에 앉은 한국 팬들을 찾아 인사하는 모습도 잊지 않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
맨체스터(영국)|허유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