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가 허락한 올림픽 출전 꿈, 조국이 짓밟다?

입력 2014-02-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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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18세 흑인 스키선수 스필먼 소치행 무산
자국내 출전 기준 미달 이유…비난 여론 들끓어


태양이 작열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동계올림픽을 향한 꿈은 자란다. 18세의 스키 회전 선수인 사이브 스필먼이 그 주인공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이 소년의 위대한 도전을 허락했다. 그런데 정작 그의 조국이 앞길을 가로막았다.

AP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스필먼은 IOC의 결정에 따라 2014소치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그러나 남아공스포츠연맹 및 올림픽위원회(SASCOC)의 반대로 올림픽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자국내 동계올림픽 출전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SASCOC의 결정은 남아공 내에서도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젊은 운동선수의 꿈을 망가뜨리고 올림픽정신을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동계올림픽에 3차례 출전했던 스필먼의 전담코치 알렉스 히스는 SASCOC의 통보를 받은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말 슬픈 날이다. SASCOC가 스필먼이 세계 최고의 선수들 곁에서 스키를 타고 남아공의 국기를 휘날릴 기회를 빼앗았다. 스포츠와 올림픽정신을 모두 무시한 처사”라고 적었다. 이 글은 해당 SNS에서 ‘사이브 스필먼의 올림픽 드림’이라는 캠페인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남아공동계스포츠연맹 회장인 피터 필츠 역시 “이런 기회를 낚아채지 않으려는 나라가 있을까. 나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해하기 힘들다”며 “그러나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슬픈 일이다”고 말했다.

스필먼의 고향은 이스턴 케이프주의 산악지대에 있다. 해변과 따뜻한 날씨로 유명한 남아공에서 눈을 볼 수 있는 극소수의 지역이다. 당연히 스키선수가 거의 없고, 흑인선수는 더 없다. 스필먼은 세계랭킹 2000위 안에도 들지 못했지만, 소치에 출전하기에 충분한 포인트를 모으기 위해 지난달 말까지 끊임없이 대회에 나섰다. IOC도 그 노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정작 암초는 내부에 있었다. 그래서 더 허탈하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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