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애슬론 소치 대표 이인복-문지희
“저희에게는 주말도 없어요.” 바이애슬론 대표팀의 이인복(왼쪽)과 문지희가 지난달 26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 내 바이애슬론 훈련장에서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세계의 벽이 높지만 이들은 “힘들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지난달 22일 해외 전지훈련과 국제대회 출전을 마치고 귀국한 뒤 1일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러시아 소치로 출국하기 전까지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일요일과 설 연휴에도 훈련장에서 오전 오후 2시간씩 땀을 흘렸다. 아무리 올림픽이 코앞이라고 하지만 입이 튀어나올 법도 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그냥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야죠."
바이애슬론 대표팀의 이인복(30·포천시청)과 문지희(26·전남체육회). 이들은 지난해 일찌감치 소치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 이은 2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다.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이 결합된 종목이다. 스키를 신고 뛰다 사격을 한 뒤 다시 뛴다. 빨리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격도 잘해야 한다. 사격 결과에 따라 추가 시간 또는 벌칙 코스를 돌아야만 한다. 바이애슬론은 전통적으로 체격이 큰 북유럽 선수들이 강했다. 체격도 작은 아시아 선수들은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이인복과 문지희는 밴쿠버 올림픽에서 각각 63위와 66위를 기록했다. 최하위권이다. 문지희는 "올림픽 첫 출전이라 긴장도 많이 했고 모든 것들이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소치에서 이들의 목표는 개인 스프린트 경기에서 60위 안에 들어 추적 경기까지 뛰는 것이다. 밴쿠버에서는 스프린트 경기만 뛰었다. 언뜻 보면 목표가 소박하다. 그저 올림픽 출전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이들은 성적이 어떻든 최선을 다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인복은 "세계적인 격차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하기는 절대 싫다. 세계적인 벽을 뚫기 위해 4년간 힘들게 훈련했다"고 말했다.
바이애슬론 대표팀의 훈련은 어떤 종목보다 힘들기로 소문 나 있다. 10km 정도의 강원도 대관령 오르막길을 매일 오른다. 그냥 걷기도 힘든데 스키까지 신고 걷는다. 여름에는 산악자전거를 70~80km 탄다. 신용선 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북유럽 선수를 이기기 힘들다. 훈련이 너무 힘들다 보니 도중에 포기하는 선수들도 가끔 있다"고 말했다. 문지희는 "앉아서 인터뷰를 하다가 너무 피곤해 잠이 든 적도 있다"며 웃었다.
1년에 절반 이상 해외에서 훈련과 경기를 치르다보니 집에 들어가는 날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이인복이 2010년 이후 집에서 잔 날은 60일도 채 되지 않는다. 4살, 3살 난 아들을 둔 이인복은 "지난해 9월부터 아들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모처럼 집에 가니 아빠를 낯설어하는 아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에도 바이애슬론 선수가 있다는 사실을 당당히 알리고 싶어 한다. 이인복은 "바이애슬론은 종목 특성상 중위권 선수가 1등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1%의 기적 보다는 '잘 알지도 못하는 한국 바이애슬론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