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장 모습 드러낸 한국 여자친구, 1년전부터 러시아 건너와 뒷바라지
러, 대표팀 포함시켜 AD카드 발급
안, 귀화후 마음고생 털고 훈련전념
러, 대표팀 포함시켜 AD카드 발급
안, 귀화후 마음고생 털고 훈련전념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게 될 러시아 소치 올림픽파크 내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가 3일 처음으로 팀 동료들과 공식 훈련에 나섰다. 그런데 링크 바깥쪽에서는 안현수를 향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내는 한국 여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러시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 여성은 다름 아닌 안현수의 여자친구였다.
러시아 언론에 나리(Нари)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이 여성의 존재가 국내 취재진의 카메라에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이들이 다정스럽게 데이트하는 장면을 취재한 화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여성은 훈련 시간 틈틈이 안현수와 대화를 나눴다. 웃옷을 겹쳐 입고 스케이트를 타던 안현수는 땀이 나기 시작하자 유니폼 겉옷을 벗어 이 여성에게 던져주기도 했다.
안현수는 자신의 팬이었던 이 여성과 몇 해 전부터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1년여 전부터는 아예 러시아로 건너와 안현수를 뒷바라지하고 있다. 선수단 숙소에 머물던 안현수는 여자친구와 따로 아파트를 얻었다.
안현수의 한 지인은 “안현수가 러시아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되찾은 데는 여자친구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올림픽이 끝난 뒤 결혼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안현수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닌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2차 대회 때도 안현수의 곁을 지켰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린 4차 월드컵 대회에서 안현수가 금메달을 딴 뒤에는 그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격려하기도 했다.
선수의 여자친구는 선수단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관중석에서 경기나 훈련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 대표팀은 안현수를 위해 이 여성을 기꺼이 대표팀 명단에 포함시켜 AD카드까지 발급해줬다. 안현수를 위한 배려이자 특혜다. 이 여성은 대표팀의 일원으로 안현수가 출전하는 모든 대회나 훈련에 동행한다. 말벗이 되어 주기도 하고 긴장을 풀어주기도 한다. 안현수는 러시아 선수단 공식 프로필에 유일한 가족으로 ‘파트너 나리’라고 소개할 만큼 각별한 관계를 드러냈다.
훈련이 끝난 후 둘은 다정스럽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나란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취재진의 접근은 엄격하게 통제됐다.
안현수의 지인은 “2011년 처음 러시아에 귀화한 후 현수가 말도 통하지 않고 컨디션도 제대로 올라오지 않아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여자친구가 러시아로 건너온 뒤에는 행복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이날 시종 밝은 표정과 가벼운 몸놀림으로 50여 분에 걸친 훈련을 소화했다. 헬멧 오른쪽에는 ‘No pain no gain’(고통 없이는 결과가 없다)이란 문장을 새겨 넣어 올림픽을 향한 각오를 내보였다.
안현수는 소치 올림픽 남자 500m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