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예능에 반한 중국 방송사 “사자” 열풍

입력 2014-02-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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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포맷 판권을 구입한 뒤 ‘현지화’하는 중국 프로그램들. MBC ‘나는 가수다’의 중국 버전인 ‘워스 거서우’와 KBS 2TV ‘1박2일’을 표방한 ‘량티엔이예’, SBS ‘K팝스타’는 ‘C팝스타’로, MBC ‘아빠! 어디가?’는 ‘파파거나아’로 바꿔 방송되고 있다.(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후난위성TV·쓰촨위성TV·산둥위성TV

한국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포맷 판권을 구입한 뒤 ‘현지화’하는 중국 프로그램들. MBC ‘나는 가수다’의 중국 버전인 ‘워스 거서우’와 KBS 2TV ‘1박2일’을 표방한 ‘량티엔이예’, SBS ‘K팝스타’는 ‘C팝스타’로, MBC ‘아빠! 어디가?’는 ‘파파거나아’로 바꿔 방송되고 있다.(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후난위성TV·쓰촨위성TV·산둥위성TV

■ 국내 인기 TV프로 포맷 중국 수출 활발

중국판 ‘나가수’ 성공 이후 오디션 프로 줄줄이 계약
‘아빠! 어디가?’ ‘1박2일’ 등 야외 예능까지 러브콜
노래·가족 콘셉트 문화적 이질감 적어 현지화 성공


중국에서 TV를 켜면 현지 연예인이 출연한 한국형 예능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중국 방송사들이 잇따라 한국 TV프로그램, 특히 예능프로그램의 포맷을 사들여 ‘현지화’한 덕분이다. 프로그램을 수입해 방영하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드라마와 예능 등 TV프로그램 포맷 수출액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에는 445편 107만9000달러, 2012년에는 1002편 129만8000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더 많은 예능프로그램이 수출돼 그 규모가 더욱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드라마 리메이크 판권을 제외하고 국내 최초로 프로그램의 포맷을 판매한 것은 2003년 베트남에 수출한 KBS 1TV ‘도전 골든벨’. 이후 2004년 중국 CCTV가 MBC ‘러브하우스’를 구입하고 2011년 터키에서 먼저 시즌2까지 방송되며 좋은 성과를 낸 MBC ‘우리 결혼했어요’ 등이 그 포맷을 수출하면서 중국시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 “오디션부터 야외 예능까지 장르 다양”

지난해 중국 후난위성TV는 MBC ‘나는 가수다’의 포맷을 구입해 현지에 맞게 제작 방송해 4.34%(CMS 시청률 조사기관)를 기록하며 ‘대박’을 냈다. 현재 후난위성TV는 ‘우리 결혼했어요’와 tvN ‘꽃보다 할배’ 제작 단계에 있으며, SBS ‘런닝맨’도 긍정 검토 중이다.

‘나는 가수다’의 경우, 한국의 정서가 강하지 않고 사회상도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지 시청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후 음악이 기본인 오디션프로그램의 인기가 중국에서도 높아지면서 SBS ‘K팝스타’, 엠넷 ‘슈퍼스타K’, KBS 2TV ‘불후의 명곡’ 등이 줄줄이 수출됐다.

하지만 MBC ‘아빠! 어디가?’와 KBS 2TV ‘1박2일’은 성공을 점치기 어려웠다. 중국은 스튜디오 예능프로그램을 주로 제작하는 관행으로 야외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에 익숙치 않았다. 또 연예인 가족의 사생활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됐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의 성공으로 한국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서 현지 안착이 가능했다.

CJ E&M 중국 미디어 사업담당 박우진 PD는 “중국의 유교문화를 감안하면 문화적인 이질감이 적은 노래와 가족을 내세운 프로그램이 정서적으로 현지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데 거부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이어 “야외 예능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에 대한 매력과 한국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현지화 작업을 철저히 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 “경쟁력 있는 콘텐츠만이 살 길”

한편으로는 중국에서 한국 예능프로그램이 성공하면서 예상치 못한 움직임도 천천히 일고 있다. 후난위성TV의 ‘아빠! 어디가?’가 크게 인기를 끌자 현지 타 방송사들은 비슷한 가족 소재 프로그램인 ‘엄마 아빠 나 좀 봐요’ ‘좋은 아빠 나쁜 아빠’ ‘우리 자식을 맞춰봐요’ 등을 제작했다.

이에 대해 중국신문출판보는 “자체 콘텐츠 창작 능력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9월 국가광전총국이 각 위성 방송국에 프로그램 포맷 수입을 1년 1회로 제한하는 것을 법으로 제정하기도 했다.

중국의 이 같은 분위기 변화에 방송 관계자들은 “프로그램의 독창성과 창의성은 물론 어느 국가에서도 현지화가 가능한 형식이어야 한다”며 “한국은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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