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나 같은 사람을 보면서 꿈을 포기 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일”

입력 2014-02-0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직장과 가정, 그 어느 곳에도 쉽게 발 디딜 수 없는 40대 가장의 모습을 연기한 조성하. 사진제공|드림이앤엠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직장과 가정, 그 어느 곳에도 쉽게 발 디딜 수 없는 40대 가장의 모습을 연기한 조성하. 사진제공|드림이앤엠

■ 행복한 ‘고민중’ 대기만성 연기자 조성하

연극무대 거쳐 38세에 영화·드라마 첫발
오랜 무명시절 딛고 시청자 사랑 한몸에
택시 운전·배추장사 경험도 연기 자양분
“가족은 나의 전부…이제야 미안함 덜어”


‘젊은 시절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어쩌면 지금 전성기를 맞은 배우 조성하(48)에게 조금은 위로가 되는 말이 아닐까. 무명 시절 연봉 20만원을 받으면서도 연기의 꿈을 놓지 않으려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던 그는 이제 택시운전, 배추장사를 하던 시절을 삶의 재산으로 여기며 더욱 깊어진 연기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최근 조성하는 드라마 속 캐릭터 ‘고민중’으로 불린다. 종영을 앞두고 시청률 50%를 향해 고공 상승 중인 KBS 2TV ‘왕가네 식구들’에서 조성하는 성실하고 헌신적인 맏사위 고민중 역으로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40대 가장을 대변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업에 실패한 후 혹독한 처가살이를 치르며 가슴앓이를 하고, 아내 왕수박(오현경)의 불륜에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그는 이제 첫사랑 오순정(김희정)과 새로운 사랑을 꿈꾸며 결말에 대한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입춘 이후 계속되는 강추위에도 서울과 인천을 오가며 촬영에 한창인 조성하는 “다음주까지는 정신없이 촬영을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감정적으로 어려운 장면들이 많이 남아 있어 마지막이 다가온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청자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결말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는 적절한 결말인 것 같다. 문영남 작가가 마지막까지 스토리 안배를 잘 한 것 같은 느낌이다”고 대답했다.

조성하는 극중 유난히 감정 변화가 큰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그는 “초반에는 어떻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힘들었는데 극이 전개되면서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생각에 보람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한여름 큰 택배 짐을 어깨에 메고 계단을 오르내리던 장면은 마치 “군 생활을 다시 하는 것처럼 힘들고 고됐다”며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조성하의 주연작인 영화 ‘용의자’(위)와 ‘동창생’. 사진제공|쇼박스·더 램프

조성하의 주연작인 영화 ‘용의자’(위)와 ‘동창생’. 사진제공|쇼박스·더 램프


드라마와 주연 영화 ‘용의자’의 흥행까지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요즘 같은 유명세는 꿈만 같다. 서울예술대 연극과를 졸업한 후 연극 무대에서 꾸준히 한 우물을 팠던 그는 2004년 서른여덟이라는 늦은 나이에 스크린과 드라마로 데뷔했다. 마흔을 넘긴 후 영화 ‘황해’와 ‘화차’ ‘비정한 도시’, 드라마 ‘욕망의 불꽃’, ‘로맨스타운’, ‘구가의 서’ 등으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덜었다.

조성하는 가족들을 얘기할 때 ‘전부’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지금까지 그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탱해 준 힘도, 지금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이유도 모두 가족이 있는 덕분이다.

그는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며 “아내와 딸이 늘 함박웃음으로 나를 맞아준다. 딸들이 워낙 살가운 편이지만 요즘에는 애정 표현이 더욱 많아졌다”며 특히 배우지망생인 큰딸에게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대기만성’의 표본이 된 조성하는 어디에서든 배우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이들에게 자신이 작은 희망이 되기를 조심스럽게 바랐다.

“내가 그랬듯이, 아직도 어려운 환경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나 같은 사람을 보면서 연기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일 아닌가.”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