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왕비호’에서 ‘영웅’이 된 파이터 윤형빈, ‘숨막히는 4분19초’

입력 2014-02-20 0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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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일본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보호장구없이 격투시합을 하다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은 임수정 선수.

이 장면을 본 윤형빈은 일본 예능인들의 올바르지 못한 태도에 분노하면서 로드FC 출전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14년 2월 9일. 종합격투기 로드FC 14회 대회 스페셜 메인이벤트 미들급 매치에서 ‘개그맨’ 윤형빈은 ‘파이터’ 윤형빈으로 재탄생했다.

임수정 선수 사건을 설욕하겠다는 의지로 열심히 훈련했지만 한일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 개인적으로 엄청난 압박도 있었다.


상대는 이미 경기 경험이 있는 아마추어 선수 타카야 츠쿠다. 그는 “개그맨에게 질 수 없다!” “한국인에게 질 수 없다”며 도발했지만 개체량에서 오해에 대한 해명과 함께 “사랑해요 한국!”이라는 멘트를 남겨 화제를 모았다.

두 선수에게는 프로로 데뷔하는 첫 경기이자 특히 민감한 한일전, 등장부터 긴장감이 묻어났다.


“대한민국의 윤형빈!”이 호명되자 서두원, 송가연 등 동료 선수들과 뜨거운 파이팅을 외친다. 팬들의 응원에 하이파이브로 답하며 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링 위로 올라온 그의 하드웨어에서 엄청난 훈련량을 알 수 있었다. 깎아놓은 듯한 조각 몸매가 드러났다.


대망의 1라운드 긴장되는 순간!
‘레프트 잽!’ ‘라이트 잽’


상대인 타카야 츠쿠다의 주먹은 날카로왔다. 엄청난 펀치가 쏟아졌다.
윤형빈은 당황했다. 몇 차례 큰 펀치를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문득 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재빨리 코너로 상대를 밀어붙였다.

2분 50초 남은상황. 윤형빈과 타카야 츠쿠다의 펀치와 니킥이 계속되는 가운데 심판이 스탠딩을 선언했다.
중앙에서 다시 경기가 시작되고 크게 몇번의 간헐적 펀치가 오가며 긴장감은 더해갔다.

1분여를 남기고 강력한 라이트 펀치가 턱 쪽으로 정확하게 맞아들어가는 순간!


짧은 침묵이 흐린 뒤 경기장은 열광적인 환호로 뒤덮였다. 완벽한 카운트 라이트 그리고 파운딩!



두 차례 파운딩으로 타카야는 힘이 완전히 빠졌고 저항할 수 없었다. 더 이상의 경기 진행이 어렵다고 생각한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키며 윤형빈의 승리를 알렸다. 개그맨 윤형빈이 파이터 윤형빈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윤형빈은 자리에 무릎을 꿇고 감사의 기도를 한 뒤 ‘다들 봤지?’라는 표정으로 여유로운 포즈를 취했다.



모두의 축하와 환호가 끝난 후 그동안의 산전수전을 함께 겪은 서두원, 송가연 선수와 눈물로 포옹을 나누고 함께 큰절로 감사의 뜻을 나눴다.

경기 후 타카야 츠쿠다의 표정에는 분함과 아쉬움이 묻어있었지만 그는 “사랑해요 한국!”이라는 멘트를 마지막으로 남겼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경기 후 윤형빈과 타카야 츠쿠다의 다정한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특별하게 시작된 두 사나이의 인연이 한결 편해졌으면 좋겠다.


‘왕비호’ 윤형빈이 아닌 ‘멋진 남자’ ‘최고의 파이터’ 윤형빈의 매력에 흠뻑 빠진 하루였다.

사진·글|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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