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은메달’ 김연아 “실수 없어 만족”

입력 2014-02-21 08: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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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스포츠동아DB.

-러시아 점수 퍼주기와 홈텃세에 올림픽 2연패 무산
-레이백스핀 레벨 장난…러시아 텃세정황 포착
-김연아 “결과 신경 안 써 은퇴무대 클린연기 만족”

러시아의 ‘홈텃세’에 금메달을 뺏겼다. 그러나 ‘피겨여왕’ 김연아(24·올댓스포츠)는 의연했다. 그녀는 “일단 끝이 나서 홀가분하다. 쇼트와 프리 다 큰 실수 없이 마쳐서 다행이다”며 판정논란에 대해서도 “평가는 심판이 한다. 이미 경기는 끝났고, 그 부분을 언급한다고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올림픽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하 프리)에 출전해 144.19점을 올리며, 전날 쇼트프로그램(이하 쇼트·74.92점) 합계 219.11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캐롤리나 코스트너(27·이탈리아)는 216.73점(쇼트 74.12점+142.61점)을 받아 동메달에 머물렀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러시아)는 프리에서만 무려 149.95점을 기록하며 쇼트(74.64점) 합계 224.59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납득이 가지 않는 결과였다. 더블루프 점프 실수를 한 차례 한 소트니코바에 비해 김연아와 코스트너는 클린연기를 선보였다. 그럼에도 소트니코바는 기술점수에서 김연아(69.69점)보다 훨씬 높은 75.54점을 기록했다.

김연아가 연기를 할 때 텃세의 증거도 포착됐다. 9번째 수행요소인 레이백스핀을 했을 때 심판들은 처음에 레벨2를 줬다. 레벨4의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레벨2의 연기도 아니었다. 경기가 끝나고 최종 판정이 돼서야 레이백스핀의 레벨이 ‘2’에서 ‘3’으로 올라갔다. 가산점은 0.64에 그쳤다. 이에 반해 소트니코바의 가산점은 랜딩실수를 한 트리플플립~더블토루프~더블룹(-0.90점)을 제외하고 모두 1점대가 넘었다. 기술요소 수행점수 가산점이 무려 14점이 넘었다.

결과가 나오자 경기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외신기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미국 기자는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고, 이탈리아 기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혀를 찼다. 일본 기자는 “이상하다”며 고개를 연신 저었다. AFP통신은 “소트니코바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상황에서 김연아를 2위로 밀어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소트니코바는 더블루프를 뛰면서 착지에 실수가 있었지만 은메달 김연아와 동메달 캐롤리나 코스트너는 클린연기를 선보였다. 그럼에도 금메달은 소트니코바의 차지였다. 논란이 많은 금메달”이라고 정리했다.

미국 NBC도 경기 직후 ‘소트니코바 금메달, 김연아 은메달, 캐롤리나 코스트너 동메달 동의하십니까?’라는 글을 공식SNS에 올렸고, 영국 BBC는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금메달은 아니었다”며 탄식을 내뱉었다. 미국 ESPN 역시 경기가 끝난 뒤 올림픽 섹션에 ‘홈 아이스 어드밴티지’라는 제목과 함께 소트니코바의 사진을 게재했다.

김연아가 메달리스트 인터뷰를 위해 프레스컨퍼런스룸에 등장하자 가장 먼저 나온 질문도 ‘소트니코바와 기술점수에서 6점 차이가 나는데 결과가 공정했다고 생각하나’였다.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를 본 모든 이들이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결과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어차피 경기는 심판들이 평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부분을 언급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나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나의 은퇴경기인 올림픽에서 실수 없이 마쳤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경기가 끝났다. 점수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를 안 했고, 스포츠라는 게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실수 없이 연기를 펼친 것에, 그동안 준비한 것을 보여준 것에 만족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연아의 말처럼 러시아의 홈텃세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소트니코바도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과연 소트니코바의 프리 연기가 피겨스케이팅 사상 역대 가장 훌륭한 연기라고 평가받는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의 김연아의 프리 연기(150.06점)와 불과 0.11점 차이가 난다는 것에 동의할 이가 있을까.

소치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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