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은 올 시즌을 앞두고 즉시 투입이 가능한 선수를 여러 명 영입했다. 전남 하석주 감독이 동계훈련지 광양에서 새 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광양|남장현 기자
검증된 현영민·스테보 합류 전남의 큰힘
작년 경기당 0.89골…올해 2배이상 목표
올해 K리그 약체가 없다…‘4강 8중’ 예상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전남 드래곤즈의 요즘은 상당히 낯설었다. 과거 FA컵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토너먼트의 강자’로 인식됐던 전남이지만 최근 몇 년간 별다른 족적을 내지 못했다. 심지어 승강제 시행 후 챌린지(2부 리그) 강등 위기까지 처했으니 하석주(46) 감독의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사실 부진의 이유는 분명했다. 전력 보강은 거의 없는 반면 기존 자원들의 이탈은 계속되다보니 추락은 당연했다. 여기에는 모기업 포스코의 빡빡해진 살림살이도 한 몫 했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다르다. 베테랑 수비수 현영민, 검증된 외국인 공격수 스테보 등 몇몇 대어들이 합류했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들인 것도 아니었다. 나름 합리적인 영입 작업으로 구단 재정을 축내지 않았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남 광양에서 막바지 손발 맞추기에 나선 하 감독은 “적어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환경이 열리게 됐다”며 미소 지었다.
● 이제 ‘버티기’는 없다?
-올해 몇몇 선수들을 영입했다.
“처음으로 선수보강을 해보는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많았고, 23세 미만 6∼7명 정도가 계속 베스트로 실전에 뛰었다. 이들이 잘 버텨줘서 1부 리그에 생존할 수 있었다. 그래도 한계는 뚜렷했다. 솔직히 감독 부임 후 어느 정도의 지원은 받고 싶었다. 다행히 (박세연) 신임 사장님이 가능한 선에서 선수들을 영입하게 해줬다.”
-부임 1년 6개월은 고역이었는데.
“맞다. 얼떨떨하게 맞은 첫 시즌을 마쳤는데, 작년에는 정말 답이 안 나왔다. 부담스러웠고 힘들었다. ‘언젠가 좋은 날도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기다렸는데, 올해 초 선수들을 일부 데려올 수 있었다. (원하는 성적에 대한) 기대를 조금이나마 하게 됐다. 작년까지는 버티고 버티자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프로 사령탑 3년차다.
“올해가 임기 마지막이다. 좌우명이 ‘실패는 해도 후회 없도록’이다. 돈은 많이 못주더라도 선수들이 오고 싶어 하는 팀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지인들을 만나보니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니라 우리 선수들이 만들어준 긍정의 모습이다.”
전남은 작년 경기당 한 골도 채 넣지 못했다. 정규리그 38라운드에서 34골에 그쳤다. 평균 0.89골. 이종호(22)가 6골로 팀 내 최다득점자다. 물론 역전승도 없었다. 먼저 실점하면 마음만 급해 의욕만 앞섰다. 무승부가 최고였다. 그나마 적은 실점(45골)이 간신히 강등을 막았다. 하 감독은 “실점 줄이는 전략으로 승점을 쌓는 건 정말 어렵다. 올해는 득점력을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 역전승도 많아야 한다. 실점을 먼저 하겠다는 게 아니라 자신감과 자극이란 측면을 볼 때 승부를 뒤집는 방법도 깨우쳐야 한다”고 했다.
● 달라진 전남을 느끼라
-작년 대비 가장 좋아진 점은.
“스피드는 작년보다 떨어졌다. 요즘은 묵직해졌다. 더욱이 선수들 모두가 희생하는 자세를 보인다. 우리 코치진이 가장 싫어하는 게 팀 분위기를 흐리는 거다. 그런 선수들은 애초에 기용하지 않았다. 용병들부터 ‘모두’의 의미를 안다. 한 명이 아닌, 모두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일부 자원이 보강되면서 항상 추구해온 전원수비-전원공격의 토털사커가 가능해진 것 역시 소득이다.”
-그래도 스테보가 합류한 공격진이 기대되는데.
“최근 스테보에게 수원 삼성,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처럼 과거 몸담았던 팀에 비해 크로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우리 선수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덜 여물었다는 거다. 축구는 패기만으로 할 수 없다. 해결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냥 열심히 하는 것과 경기를 읽는 건 다르다. 다행히 스테보가 오면서 또 다른 동기부여가 생겼다. 한 번 해보자는 경쟁의식도 느껴진다.”
-올 시즌 K리그를 전망한다면?
“4강8중이라고 본다. 절대 약체는 없어 보인다. 관록과 저력을 지닌 포항-전북-서울-울산 등이 약간 앞선 가운데 나머지가 치열하게 경쟁할 것 같다. 도시민구단들의 전력도 약하지 않다. 작년처럼 스플릿시스템 하위리그(그룹B) 상황처럼 그룹 상위와 하위의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지지도 않을 거다. 전남이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니 잘 될 것으로 본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