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61분간 외로웠던 박주영, 이청용 만나 다정한 대화

입력 2014-0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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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이 경기 전 입장하는 모습(사진 왼쪽)과 박주영과 이청용(오른쪽 사진 27번)이 경기 후 대화를 나누는 장면. 볼턴(영국)|허유미 통신원

박주영이 경기 전 입장하는 모습(사진 왼쪽)과 박주영과 이청용(오른쪽 사진 27번)이 경기 후 대화를 나누는 장면. 볼턴(영국)|허유미 통신원

23일(한국시간) 영국 볼턴의 리복스타디움에서 열린 볼턴과 왓포드의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32라운드. 볼턴 이청용과 왓포드 박주영의 코리안 더비 성사 여부에 시선이 모아졌지만 불발됐다.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왓포드로 긴급 임대된 박주영은 임대 후 처음 선발 출격해 후반 16분 교체될 때까지 61분을 누볐으나 이청용은 후반 34분 교체 투입됐다.

오랜만의 선발 기회였으나 박주영의 표정은 덤덤했다. 선수단 버스에서 내린 그는 큰 헤드폰을 귀에 걸고 주변에 시선을 주지 않은 채 라커룸으로 향했다.

이날 박주영은 트로이 디니와 투 톱으로 킥오프를 맞이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숙제만 떠안았다. 이전 5경기 무패를 기록 중이던 왓포드는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박주영은 볼 배급이 원활하지 않자 측면과 중원 한복판까지 내려오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찬스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압도한 쪽은 볼턴이었다. 전반 35분 볼턴의 주케비츠가 선제 결승골을 넣고, 전반 종료 직전 조 메이슨이 쐐기를 박았다. 볼턴의 2-0 승리.

박주영은 나름 최선을 다했다. 임대 선수임에도 팀 동료들의 움직임을 세세히 알려주면서 든든한 선배의 모습을 보였다. 볼턴의 프리킥 찬스 때 후배들의 위치를 지정하는 등 열정을 보여줬다. 하지만 운이 없었다. 볼턴의 골이 터질 때마다 손을 허리에 얹고 한숨을 내쉬며 연신 아쉬움을 드러냈다. 결국 교체아웃. 대기심이 팀 교체를 알리자 벤치로 나왔지만 터치라인에 머물던 왓포드 쥐스페 산니노 감독과는 따로 인사를 나누지 않은 채 자신의 자리에 털썩 앉았다. 최근 4경기 연속 결장에 왓포드 데뷔전마저 추가시간 잠깐 뛰었을 뿐인 박주영으로서는 아쉬운 결과였다. 관계자들은 “몸은 가벼웠는데, 패스 미스가 잦고 경기력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경기가 끝나자 박주영은 바로 퇴장하는 대신, 터치라인에서 이청용을 기다렸다. 둘은 한참 대화를 하며 어깨와 등을 어루만지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산니노 감독은 “팀 전체의 경기력이 부족해 박주영의 장점을 살릴 수 없었다. 포지션도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자주 이동했다. 동료들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면서 “훈련 때 지켜본 박주영의 컨디션은 나쁠 게 없었다. 최근 연이은 결장은 그간 우리의 팀플레이가 좋았기 때문이다. 로테이션을 위해 박주영처럼 경험 많은 이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볼턴(영국)|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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