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는 파벌…빙상연맹 감사 딜레마

입력 2014-03-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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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수 사태, 올림픽 때만 반짝?

단지 친하다고 파벌이다? 주관성 짙어
체육회, 선발전 부당성 분석 수준 조사
감사원·문체부도 감사 대상부터 난맥

뜨겁게 타올랐던 2014소치동계올림픽 성화가 꺼진 지 닷새가 흘렀다. 한국 선수단은 기쁨과 아쉬움을 털어내고,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해 담금질에 나선다. 이와 더불어 동계강국으로서 위상이 꺾인 한국 빙상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수반돼야 한다. 화살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을 향해 있다. 실제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쇼트트랙 3관왕을 차지한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으로 인해 불거진 이른바 ‘안현수 사태’의 책임을 추궁하는 본격적인 감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나면 연맹 및 관계자를 철저히 조사해 한국 빙상의 뿌리박힌 관행을 없애겠다’던 관련 기관과 부처들이 잠잠하다. ‘또 흐지부지 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거론할 정도로 ‘뜨거운 감자’였던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조사는 과연 이뤄지고 있는 걸까.


● 대한체육회 조사팀 구성…조사 중

대한체육회는 산하 경기단체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 이번 올림픽이 끝난 뒤 ‘대한빙상경기연맹 조사팀’을 구성했고, 문제점 파악에 나섰다. 그런데 한계가 있다. 체육회에는 수사권이나 계좌추적권이 없을 뿐 아니라 ‘파벌’이라는 안건이 주관성이 짙기 때문이다.

‘안현수 사태’의 핵심은 파벌의 유무와, 이를 통해 승부조작을 했거나 국가대표 선발에 대한 부당함이 있었느냐 등이다. 대한체육회 조사팀 관계자는 2일 “연맹이 국가보조금 등 공금을 횡령·유용했거나 행정상의 문제가 있다면 규정 위반으로 법적 제재가 가능하지만 이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합동조사를 했을 때 단죄할 수 있는 근거가 포착되지 않았다”며 “조사도 애를 먹고 있다. 파벌이라는 극히 주관적인 사항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A그룹은 B그룹이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B그룹에서는 또 다른 의견이 나온다. 학교(한체대vs비한체대)나 링크별(성남·과천·목동) 등으로 단순히 나눌 수 없고, 친하다고 무작정 파벌이 아니다. 이 관계자는 “실체가 없다. 현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부당함이 있었는지 분석하는 수준의 일반적인 조사만 이뤄지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 감사원·문체부도 감사 대상 고민 중

감사원이나 문체부도 감사 대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소송이 걸린다면 직접적인 수사가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사건이 모호하다. 대한체육회 조사팀 관계자는 “합동수사를 진행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안현수 사태’를 비롯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문제점 중심에 서있는 것으로 지목된 특정인물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조사는 진행 중이지만 그 사람이 없어지면 반대파에 섰던 이들 역시 또 다른 파벌을 형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러 각도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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