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무안타’ 박병호가 웃는 이유

입력 2014-03-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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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박병호는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치지 못했지만 의연하다. 시즌에 돌입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연습경기 부진? ‘슬로 스타터’일 뿐

2년연속 시즌 MVP의 연습경기 무안타
감독·코치들 “박병호인데 무슨 걱정?”
박병호 “징크스 아냐…크게 신경 안써”


퀴즈 하나. 요즘 불방망이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넥센 타자들 가운데 단 한 명만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그는 누구일까. 정답은 바로 박병호(27)다.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던 현역 최고의 4번타자 말이다. 무안타의 당사자가 박병호라는 것도 믿기 어렵지만, 그의 ‘무안타’가 별달리 주목받지 않았던 것 역시 놀랍다.

물론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첫째는 넥센의 다른 타자들이 엄청난 화력으로 그 사실을 조용히 덮어서다. 그리고 둘째는 그 타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박병호라서다. 연습경기의 결과는 박병호급 타자에게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염경엽 감독도, 코칭스태프도, 구단 관계자들도, 그리고 동료 선수들도 “박병호인데 무슨 걱정이냐”며 고개부터 젓는다.

박병호 역시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3일 “이제 정말로 나 말고는 전부 다 안타를 쳤다”며 웃은 뒤 “사람인지라 사실 조급한 마음이 생길 수 있지만, 주변에서 ‘절대 그럴 필요 없다’고 하시고 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냈던 지난해에도 시범경기까지 페이스가 좋지 않아 애를 먹었던 박병호다. 그는 “재작년에도 4월 성적이 안 좋지 않았나. 징크스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전례들이 있어서 지금도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오히려 박병호는 애리조나에서 오키나와로 이어진 스프링캠프의 성과에 무척 만족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부상 없이 안 다치고 캠프를 치렀다는 게 가장 좋다. 또 캠프에 오기 전에 개인적으로 세웠던 계획들을 마음먹은 대로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훈련량을 줄여주셔서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얻을 수 있어서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까지 좋으니 금상첨화다. 요즘 ‘할 땐 하고 쉴 땐 쉬는 넥센’이 오키나와리그의 화제일 정도다. 박병호는 “훈련할 때는 기본적으로 선수들끼리 많이 웃는다. 최고참부터 막내까지, 함께 웃으면서 시작해서 웃으면서 끝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며 “그런 상황에선 오히려 운동하는 시간에 더 집중해서 훈련할 수 있다. 그런 분위기를 위에서 잘 만들어주시고 선수들이 잘 따라간 덕분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오키나와|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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