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택근. 스포츠동아DB
“제가 나갈 만한 자리가 2번밖에 없어서 2번타자입니다.”
넥센 주장 이택근(34·사진)이 올해 자신의 역할을 두고 이렇게 농담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염경엽 감독이 올해 이택근을 테이블세터로 낙점하면서 넥센은 출루 능력이 뛰어나고 발이 빠른 데다 장타력까지 갖춘 정상급 2번타자를 보유하게 됐다. 외국인 타자 비니 로티노의 영입과 함께 ‘LPG(이택근∼박병호∼강정호)’ 중심타선은 해체됐지만, 넥센으로선 최상의 선택이다. 이택근은 “타순은 홈런에 대한 부담이 있는 자리만 아니라면 크게 상관없다”며 “감독님께서 내가 2번에 들어갔을 때 작전을 비롯한 이런저런 활용도를 고려해 결정하시지 않았겠나. 그 역할을 잘 수행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염 감독도 1번 서건창과 2번 이택근으로 이루어진 새 테이블 세터에게 기대가 크다. “이택근은 오랫동안 3번 역할을 맡아왔지만, 사실 이상적인 2번 타자의 능력을 지닌 선수이기도 하다”며 “공을 방망이에 잘 맞추기도 하고, 1번타자가 출루했을 때 밀어서 진루타로 연결하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기대를 표현했다.
빠른 발도 ‘2번타자 이택근’의 강점이다. 이택근은 한 시즌에 43도루(2009년)를 성공한 적이 있을 정도로 기동력이 좋다. 지난 시즌에도 적재적소에 도루 29개를 해냈다. 이택근은 “도루 개수에 연연하지 않고 2번타자로서 팀이 꼭 필요로 할 때 뛰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건창이와 내가 함께 잘 하면 뒤에 있는 타자들이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좀 더 공격적으로 내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 올해 우리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