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 동아닷컴DB
지난해 15차례 만루 상황서도 단 1안타뿐
만루가 투수에겐 위기라고? 투수도 투수 나름이다. LA 다저스 류현진(27)에게 만루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니다. ‘조금 까다로운 상황’ 정도로만 표현해도 충분할 듯하다. 그 정도로 만루에 강하다는 의미다. 류현진이 7이닝 3안타 7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31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와의 원정경기는 그가 실점 위기에서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 증거와도 같았다.
류현진은 1회가 시작하자마자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렸다. 첫 타자 카브레라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2번 데노피아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무사 1·3루라는 위기를 만났다. 침착하게 3번 삼진으로 솎아냈지만, 4번 저코를 다시 볼넷으로 내보내 1사 만루가 됐다. 이때 류현진은 5번 알론소에게 초구 150km(93마일)짜리 직구를 던졌다. 알론소가 가볍게 받아친 타구는 류현진 바로 앞으로 향했고, 류현진은 투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완성시키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냈다. 지난해 26개의 병살타를 솎아낸 투수다웠다.
사실 류현진이 만루에서 강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였던 지난 시즌에도 15차례의 만루 상황에서 1안타(타율 0.067)를 맞은 게 전부다. 3번의 무사 만루에서 단 한 번 안타를 허용했을 뿐, 1사 만루(7회)와 2사 만루(5회)는 모두 무안타로 막았다. 위기관리능력이 세계 정상급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에서 뛸 때부터 익숙한 장면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한화 시절이던 2007년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서 3-0으로 앞선 6회 무사 만루 위기를 만났지만, 짧은 우익수 플라이와 연속 삼진 2개로 응수해 전율을 안겼다. 그해 준PO MVP도 류현진의 차지였다. 또 국내에서의 마지막 등판이던 2012년 10월 4일 대전 넥센전에서도 연장 10회 맞이한 무사 1·3루 위기를 3루수 땅볼∼삼진∼2루수 땅볼로 벗어나 대전 팬들에게 오래 기억될 명장면을 남겼다.
만루에 강한 남자, 위기에 강한 남자, 그 이름은 류현진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