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느낄 수 있는 곳, 배낭여행객들의 로망 ‘인도’

입력 2014-04-03 0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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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직전의 갠지즈강.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매년 세계의 수많은 배낭여행객들이 인도를 찾는다. 그들이 인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스티브 잡스 처럼 내면의 정신적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일까? 그런 궁금증과 함께 인도 배낭여행기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2012년 여름, 짐승 냄새 나는 동생들과 함께 배낭 하나 메고 그 해 여름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열정과 젊음의 패기를 가득 품고 인도로 향했다.

캘커타 공항에 도착해 여행자들의 거리로 불리는 서더스트리트를 향해 가는 길은 카오스 그 자체였다. 먹이를 노리는 들짐승처럼 덤벼드는 호객꾼들, 엄청난 인파로 붐비는 도시, 차선이 보이지 않는 도로에서 쉴 새 없이 들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 불쾌한 악취와 함께 다양한 동물들로 가득한 거리,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한 집들, 동냥하는 아이들까지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았다.

인도에서는 소를 신성이 여기기 때문에 길거리에 자유로이 풀어둔다.사진=모두투어 자료제공

인도의 첫인상은 충격적이었고 그런 이질감을 받아들이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정신 없이 보낸 하루를 달래러 간 식당에서는 인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인 커리와 탄두리 치킨을 맛보며 다양하고 독특한 인도의 음식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향신료가 첨가된 음식이 처음에는 자극적일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인도 음식 특유의 묘한 맛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캘커타는 동인도의 사상과 분화의 발산지로, 1912년 수도를 델리로 옮기기 전까지 인도의 정치, 경제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상상이상으로 발전된 도시, 대영제국의 위엄을 과시하는 건축물도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새벽에도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캘커타에서 보낸 첫날밤은 인도 전역의 대정전 사태로 인해 인도의 여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 전날 밤의 악몽에서 도망치듯 델리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땅 덩어리가 큰 인도에서 주요 이동수단은 기차이다. 요금에 따라 에어컨이 나오는 칸부터 선풍기만 있는 칸까지 다양한 등급으로 나눠지고 있다. 배낭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SL (Sleeper Class)칸은 3층 침실이 2개, 2층 침실이 1개로 한 구역을 이루고 있으며 긴 이동시간 동안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본 10~20시간 이동 시간은 기본이고 예고 없이 발생되는 연착은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가 된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거나 억지로 잠을 청하기를 반복하며 꼬박 하루를 기차 안에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머리 속에 온통 후회로 가득 찼다. 상기된 표정으로 앉아있던 그 때 “나마스떼” 하며 옆 칸에 있던 젊은 청년들이 말을 건넸다. 짧은 영어라도 이야기 꽃을 피우고 먹을 것도 나눠 먹으며 기약 없는 종착역을 기다렸다. 낯선 땅에서 처음으로 만난 그들로 인해 어두울 것만 같았던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되었다.

여행자들의 거리 빠하르간지는 언제나 많은 인파로 가득 찬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델리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빠하르간지에 숙소를 두고 일정을 시작했다. 거리에는 전통의상부터 각종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인도풍 아이템들로 가득하다. 일명 알라딘 바지 한 벌을 구입하고 근처 한국 음식점으로 향했다. 빠하르간지를 걷다 보면 쉽게 한국 음식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인도를 찾는 한국인 여행객들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인도의 중심인 만큼 문화유산도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이다. 이슬람 건축물들이 많이 세워져 있는 델리에는 인도에서 제일 큰 이슬람사원인 자마 마스지드와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붉은성, 연꽃 모양의 바하이사원이 있다. 델리에 가면 인도 근대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간디의 화장터인 라즈가트도 둘러볼 수 있다.

델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극심한 빈부격차를 느낄 수 있다. 현대식 고층빌딩 근처에 낡은 판잣집, 말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 옆을 지나가는 누더기 옷차림의 노숙자, 이렇듯 상반된 세계가 함께 공존하는 곳이 델리이다.

다음 목적지는 인도에 오면 꼭 가보아야 할 곳이자 이슬람 건축의 완성판이라고 일컬어지는 타지마할로 정했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5대왕 샤자한이 죽은 왕비 뭄타즈마할을 기리기 위해 22년에 걸쳐 지은 무덤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극찬을 받는 타지마할은 인도를 대표하는 유산으로 아그라에 위치해 있다.

장엄하고 화려한 타지마할의 외관은 한참을 넋 놓고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타지마할의 건축가는 이란 출신의 이사칸으로 알려져 있고, 연인원 2만 명 이상이 이 공사에 동원되었다고 전해진다. 대규모의 건축 끝에 타지마할이 완성된 후 어디에서든 다시 특유의 아름다움을 재현하지 못하도록 건축가의 눈을 멀게 하고 손발을 잘랐다고 한다.

대충 찍어도 화보가 되는 타지마할의 매력에 빠져 너 나 할 것 없이 쉴 새 없이 셔터를 누르며 사진 욕심을 부리게 된다. 대리석의 뜨거운 온기를 발바닥으로 느끼며 타지마할 내부로 들어갔을 때 평화롭고 신성하기까지 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아그라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비싼 물가와 입장료 때문에 많은 여행객들이 당일로 투어를 즐기고 근처 도시로 이동한다. 하루라도 좋으니 인도에 왔다면 꼭 들려야 할 곳이 바로 아그라이다.

여행 동선을 짜면서 많은 사람들에게서 바라나시를 여정의 마지막으로 두라는 조언을 들었었다. 한번 머물게 되면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든다는 바라나시의 신비한 매력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갠지스강에 들어가 몸을 씻고 기도하는 인도인들의 모습.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바라나시가 유명한 이유는 인도의 어머니라 불리는 갠지스강이 있기 때문이다. 갠지스강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아침 일찍 강물을 가르는 보트를 타고 일출을 보거나 낮에는 가트 (갠지스강변에 있는 돌계단) 주변을 거닐다가 저녁에는 화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갠지스강을 바라보다 어느 순간 본인도 모르게 묘한 기운 속에 빠져들고 엄마 품속에 있는 것처럼 평안함을 느끼게 된다. 갠지스강은 인도 그 자체이며 인도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곳이다.

24시간 주검들을 화장하는 불길이 하늘을 치솟는 한편 위생적이지 않은 물을 마시고 몸을 씻고 빨래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생과 사가 함께 공존하는 것처럼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곳이 갠지스강이고 바로 인도의 모습이다. 그런 기묘한 조우 속에 느껴지는 낯설거나 불편한 감정을 내려놓아야 진정한 인도를 느끼고 즐길 수 있다.

정리=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 협조 및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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