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나운서 인사 단행…‘보복성’ 의혹

입력 2014-04-0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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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로비에서 KBS 아나운서와 노조원이 갑작스러운 인사에 반발하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KBS는 서기철, 전인석 등 축구 중계를 주로 해온 아나운서 등을 제작 외 부서로 발령냈다. 사진제공|전국언론노동조합KBS본부

‘전현무 월드컵 중계’ 집단 반발 후
서기철·전인석·조건진 아나운서 등
축구 중계 베테랑 제작 외 부서 발령
아나들 “말 그대로 멘붕…충격이다”
KBS “시니어 인력 효율화를 위한 것”


“충격적이다.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한 지 2년도 안된 사람을 기용하려는 데 항의했지만 되레 인사가 났다. 모두들 말 그대로 ‘멘붕’이다.”

“축구 중계하던 주요 아나운서들을 월드컵을 앞두고 낸 인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정말 소름 돋는다.”

3일 KBS가 5명의 아나운서를 포함한 30여명의 직원들에 대한 인사를 전격 단행한 뒤 터져 나온 아나운서들의 충격과 분노 섞인 탄식이다. 서기철, 전인석, 조건진 아나운서가 대상에 포함된 인사는 6월 브라질 월드컵을 두 달여 앞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KBS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인재개발원, 편성국, 시청자본부 총무국 수원센터운영부 등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문제는 이들이 그동안 축구를 비롯해 각종 스포츠경기 중계를 도맡아온 베테랑 아나운서들이라는 점이다. 각 방송사가 모든 역량과 자존심을 내걸고 경쟁하는 또 하나의 마당인 브라질 월드컵을 2개월여 앞두고 축구 중계의 핵심 캐스터들이 인사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이를 바라보는 방송가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무엇보다 KBS 측이 방송인 전현무를 브라질 월드컵 중계 캐스터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확인한 아나운서들이 2일 시위 등 집단 반발한 바로 다음날 인사가 단행됐다는 점에서 ‘보복성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현무는 3일 “(캐스터)테스트를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한계를 느꼈다”면서 “큰 일이 친정에서 일어나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나운서들은 여전히 방송사에 대한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역량을 갖춘 내부 인력이 충분한데도 경험도 없는 외부 인력을 기용하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에 대해 KBS는 “이번 인사는 시니어 인력 효율화를 위한 전보”라면서 “현재 본사 아나운서실 인력이 적정인원보다 초과한 상황에서 상위직급의 비효율화를 막고 적정 인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것이다”고 밝혔다. ‘보복성 인사’가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작스런 MC 교체 문제까지 불거졌다. 1TV ‘6시 내고향’의 MC가 기존 가애란 아나운서에서 김솔희 아나운서로 갑작스레 바뀌면서 아나운서들은 또 다시 방송사와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TV ‘TV쇼 진품명품’ 진행자가 윤인구 아나운서에서 김동우 아나운서로 바뀌면서 발생한 갈등에 이은 상황이다. 이에 아나운서들은 2일에 이어 3일에도 “사측이 제작진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MC를 정하고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다”며 시위를 진행했다. 이에 KBS 측은 “MC 교체는 봄 개편의 일환일 뿐이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래저래 아나운서들의 우울한 봄날이 이어지고 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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