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간판 아나 키우기 외면…화려했던 ‘아나테이너’ 몰락

입력 2014-04-0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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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BS노조

‘간판’이 없다.

KBS를 중심으로 격화하는 아나운서와 방송사의 갈등 이면에는 ‘방송사의 얼굴’이라는 자존심을 구긴 아나운서들의 아쉬운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아나운서의 얼굴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2000년대 초반까지 밤 9시 메인 뉴스 진행자가 대표 아나운서로 인정받았고, 이후 예능프로그램에 진출한 ‘아나테이너’가 스타로 각광받았던 때와 비교하면 최근 상황은 상당히 침체된 분위기다.

KBS는 최근 아나운서들의 ‘사표 쓰나미’를 겪고 있지만 정작 자사 아나운서를 스타로 키우기 위한 지원은커녕 오히려 자체 규정도 거스른 채 퇴사자를 다시 기용하려다 집단 반발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MBC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1990년대 백지연을 시작으로 한때 가장 많은 스타 아나운서가 몸담았지만 김성주, 문지애, 오상진 등이 퇴사한 이후 눈에 띄는 인물을 찾기 어렵다. SBS 역시 배성재, 박선영, 김일중 아나운서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10여년 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한 ‘아나테이너’가 몰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현무, 오상진처럼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아나운서 대부분이 프리랜서 선언 뒤 연예기획사로 편입됐고, 이들이 다시 방송으로 유입되면서 아나운서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최근 KBS 아나운서들의 퇴사와 프리랜서 선언이 줄을 잇는 이유도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굳이 방송사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 KBS에 소속된 아나운서는 약 100여명. KBS는 이들을 두고 시청률을 올릴 해답을 ‘밖’에서 찾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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