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현 “마지막 될지 모르는 태극마크…다 내려놓고 편하게 즐기겠다”

입력 2014-04-0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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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스포츠동아DB

■ 레슬링 정지현, 인천아시안게임 각오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 그레코로만형 60kg급 금메달리스트 정지현(31·울산 남구청·사진)은 한국레슬링의 터줏대감이다. 2002년 만 19세에 태릉선수촌에 입성한 이후 10년 넘게 그레코로만형의 대표주자로 활약해왔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국제레슬링연맹(FILA)은 2013년 12월 체급 조정을 결정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선 남자 그레코로만형 71kg급과 80kg급, 남자 자유형 61kg급과 70kg급 등 4개 체급이 신설됐다. 대한레슬링협회는 3월말 충주 호암체육관에서 열린 제32회 회장기 전국대회에서 인천아시안게임대표를 추가로 선발했다. 정지현은 이 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71kg급에서 우승하며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정지현은 아시안게임과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02년 부산대회에선 입상에 실패했고, 2006년 도하대회 때는 대표로 선발되지 못했다. 2010년 광저우대회에선 아내 정지연 씨의 뱃속에 있던 아이의 태명을 ‘아금(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고 지으며 우승을 노렸지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12런던올림픽을 앞두고도 이들 부부는 아이를 가졌다. 이번에는 ‘올금(올림픽 금메달)’이란 태명을 붙였지만, 세계 정상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아금’이 서현(딸)과 ‘올금’이 우현(아들)은 어느덧 우리나이로 4세, 3세가 됐다. 아이들의 특별한 태명은 큰 대회를 앞두고 절실했던 ‘아빠’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만큼 부담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 정지현은 결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았다. 그는 “그동안 금메달이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매달렸다. 하지만 그때마다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았다.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이번 아시안게임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하게 즐겨보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2002년 생애 첫 아시안게임 당시 19세였던 앳된 청년은 이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세월의 깨달음을, 정지현은 이번 대회에서 펼쳐보일 수 있을까.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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