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력이 곧 권력이다? 스타 작가 전성시대

입력 2014-04-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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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스타 작가들에 방송가의 적극적인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최근 드라마 제작사와 전속 집필 계약을 맺으며 차기작 준비에 한창인 문영남, 소현경, 인정옥 작가(왼쪽부터). 사진|KBS·스포츠동아DB·MBC

■ 요즘 드라마 섭외 1순위는 스타 작가

문영남 작가, 초록뱀미디어와 전속계약
‘네 멋대로 해라’ 인정옥 작가 신작 컴백
최근 제작사들 ‘스타 작가 모시기’ 경쟁

방송 편성에 유리…고액 비용 마다 안해
배우 캐스팅 관여 등 ‘작가 권력화’ 우려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 불린다.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 설정 등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작가의 손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인기 드라마의 탄생은 곧 스타 작가의 배출로 이어지면서 이들의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인기 작가를 영입하려는 드라마 제작사와 기획사들의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방송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면 스타 작가의 드라마 회당 집필료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1억원대에 이르는 상황 속에서 이 같은 제작사와 작가의 ‘손잡기’는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 톱스타만큼 뜨거운 영입 경쟁, 왜?

최근 스타 작가를 향한 ‘모시기’ 경쟁은 톱스타 영입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방송콘텐츠 제작사 초록뱀미디어는 7일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수상한 삼형제’ 등을 집필한 문영남 작가의 집필 전속계약 소식을 전했다. 같은 날 ‘네 멋대로 해라’의 인정옥 작가도 SH크리에이티브웍스와 손잡고 올해 하반기 신작 ‘비차’로 컴백할 뜻을 밝혔다. 앞서 ‘투윅스’ ‘내 딸 서영이’의 소현경 작가는 배용준의 키이스트 자회사인 콘텐츠K와 차기작 집필을 약속했고, 임성한 작가는 드라마 제작사 ACC코리아와 신작을 준비 중이다.

인정옥 작가 집필작 ‘네 멋대로 해라’. 사진제공|MBC


방송가에서 인기 작가의 영입은 곧 드라마 편성과 직결된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비장의 카드’를 쥐는 셈이고 작가들의 전작을 통해 증명된 시청률은 ‘흥행 보증수표’로 통한다.

콘텐츠K의 최관용 대표는 “방송사는 작품의 시놉시스와 대본 2회 분량 정도를 보고 편성을 결정한다. 전작을 통해 흥행성을 인정받은 작가의 작품일 경우 편성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제작사가 고액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작가를 영입하는 이유다”고 밝혔다.

이는 캐스팅의 선순환으로도 이어진다. KBS 드라마국 문보현 책임프로듀서는 “배우들이 작품을 고를 때 작가의 성향이나 전작을 고려하는 성향이 짙어졌다”면서 “인기 작가의 작품이 배우 캐스팅에 유리하다. 전작에서 배출된 스타가 많을수록 제작진이 선택할 수 있는 캐스팅 후보군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또 작가가 특정 방송사와 계약을 맺던 과거와 달리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 플랫폼과 채널이 많아져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도 이유로 꼽힌다.


● 인기 작가 쏠림현상, 권력화 우려

하지만 이처럼 특정 작가들에게만 쏠리는 관심과 투자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최근 스타들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작가 영입 경쟁마저 치열해지면서 이들의 몸값만 키워주는 것이 아니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많은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은 일부 대형 제작사와 작가의 결합이 또 다른 ‘권력’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드라마 제작비 상승과 해외 수출의 난조 등으로 수익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 작가에게만 지나친 특혜가 주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영입을 위해 고액의 계약금을 지급하는 건 물론, 작업실이나 보조작가 비용 등 부가적인 요구 사항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캐스팅 권한까지 넘보는 작가들이 생겨나면서 필력이 곧 권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문보현 CP는 “제작사의 작가 영입은 드라마 산업의 자연스런 흐름이다”면서도 “방송사는 물론 제작사가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 가는 것도 드라마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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