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기어 벗은 남자아마복싱, 더 화끈해진다

입력 2014-04-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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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헌감독 “헤드기어 착용 뇌 충격 커”
강펀치 적중시 10점…채점방식도 변경
인천AG서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 기대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은 지난해 6월부터 국제대회에서 성인남자선수들이 헤드기어를 벗고 경기를 치르도록 결정했다. 1984년 LA올림픽부터 헤드기어 착용이 의무화된 이후 29년 만이다. 채점방식도 변경했다. 기존에는 유효타수가 얼마나 많은지로 승부를 가렸다. 그러나 바뀐 방식에선 누가 더 우세한 경기를 펼쳤는지가 승패의 기준이다. 예를 들어 A선수가 B선수보다 유효타가 적었다고 해도, 더 강한 펀치를 적중시켰다면 라운드당 10점을 받는다. B선수에겐 10점보다 적은 점수가 부여된다. 이는 AIBA가 더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국내대회에선 지난해 10월 전국체전부터 새 방식이 적용됐다. 복싱대표팀 박시헌(49·1988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감독은 “AIBA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헤드기어를 착용하는 편이 뇌에 더 큰 타격을 준다. 충격이 새나가지 못하고 맴돌기 때문이다”며 “(헤드기어 미착용으로 인해) 당장 KO 확률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경기력에 큰 변수가 생겼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관중이 선수들의 얼굴을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경기의 생동감은 더 생기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이 주목하는 것은 오히려 바뀐 채점방식이다. 유효타 중심의 채점은 1989년 이후 무려 24년간 계속됐다. 자연스럽게 훅과 어퍼컷 등 큰 펀치보다는 잽과 스트레이트 위주의 선수들이 증가했다. 인파이터보다는 아웃복서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경향도 있었다. 박 감독은 “이제는 그런 스타일로는 국제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현재 대표팀은 선수들의 공격성향을 강화하는 훈련에 치중하고 있다. 훅과 어퍼컷 등 큰 펀치를 활용하는 방식도 몸에 배도록 하고, 아웃복서들은 인파이터의 모습도 가미하는 중이다. 박 감독은 “확실히 파워가 좋은 선수들이 유리해졌다. 세계적 추세에 맞춰 완전히 스타일을 바꾸는 선수도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선 한결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한국복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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