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레오·IBK기업은행 이효희 정규리그 MVP

입력 2014-04-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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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2013-2014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시상식에서 각 부문 수상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KOVO 구자준 총재(앞줄 왼쪽 5번째)와 GS칼텍스 이선구 감독(앞줄 왼쪽 6번째)이 눈에 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2013∼2014 프로배구 V리그 시상식

망명 거쳐 가족 위해 한국까지 온 레오
후배들에 밀려 떠났다 돌아온 이효희
드라마틱한 배구인생 최고의 날 맞아
한전 전광인·도로공사 고예림 신인상

배구를 위해 사선을 넘어 망명했던 24세의 남자. 1년 후배에 밀려 유니폼을 벗어야 했던 34세의 여자. 그들이 최고의 자리에 섰다.

삼성화재의 레오와 IBK기업은행의 이효희가 2013∼2014 NH농협 V리그 MVP의 영광을 차지했다. 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시상식에서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오른 게 한 일등공신 두 사람이 MVP에 선정됐다.

레오는 기자단 투표 28표 가운데 26표를 받았다. 2표는 팀 동료 유광우가 받았다. 이효희는 15표를 얻어 팀 동료 김희진(8표) 카리나(1표)와 양효진(현대건설 3표) 베띠(GS칼텍스 1표) 등을 제쳤다.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이었다. 배구를 좋아했지만 가족의 입에 풀칠을 하기 어려워 망명한 레오였다. 푸에르토리코에서 2년의 시간을 기다렸다. 러시아 리그에 진출했으나 뛸 자리가 없었다. 때마침 들어보지도 못한 나라, 한국의 삼성화재에서 테스트를 제의했다. 스포츠가방 하나만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삼성화재의 훈련은 상상 이상이었다. 못 하겠다고 결심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신치용 감독은 다그쳤다. “여기는 한국이다. 삼성화재의 배구가 싫으면 네가 떠나야 한다”고 했다. 먹여 살려야 하는 가족이 없었더라면 돌아갔겠지만 그는 가장이었다. 참고 견딘 결과가 지난 시즌의 영광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한 시즌만 뛰고 가는 임대선수가 아니었다. 연봉도 2배나 올랐다. 팀의 일원으로서, 삼성화재의 새로운 가족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준비하고 헌신했다. 그 결과 팀은 7시즌 연속해서 정상에 섰다. 챔피언시리즈 MVP에 이어 또 한번의 정규리그 MVP 상도 받았다. “이 영광을 가족과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 네 살 아들에게 영광을 주고 싶다”고 했다. 역시 아버지의 힘은 여전히 위대하다.

이효희에게도 잊지 못할 시즌이었다. 2005년 V리그 원년 챔피언 팀의 주전세터라는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1년 후배 김사니에 밀려 첫 FA제도 도입 때 KGC인삼공사를 떠났다. 흥국생명에서 새로 둥지를 틀고 우승도 일궜다. 그러나 김사니가 3년 뒤 흥국생명의 FA선수로 왔다. 이번에는 갈 곳이 없었다. 밀려서 당한 은퇴였다.

7개월을 쉬고 있을 때 여자부 신생팀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이 이효희를 찾았다. 조카뻘 되는 후배들과 함께 첫 시즌을 보냈다. 패배가 승리보다 많았지만 그 경험이 보약이 됐다, 지난 시즌 기업은행은 통합우승을 했다. 이번 시즌에는 챔피언의 자리에서 도전했다. 이효희의 농익은 토스는 갈수록 빛을 냈다. 경험을 쌓아가던 어린 후배들이 언니이자 이모의 토스에 점수를 뽑았다. 2시즌 연속해서 차지한 정규리그 우승의 영광은 그렇게 왔다, 이 감독은 이번 시즌 팀의 최고수훈 선수로 이효희를 선택했다.

MVP로 자신의 이름이 불려질 때까지 전혀 영광을 실감하지 못했던 이효희는 “얼떨떨하다. 은퇴한 나를 다시 불러준 기업은행과 이정철 감독님에게 감사한다. 까칠한 언니 밑에서 고생한 후배들 고맙다. 언니가 한 턱 쏠게. 내가 운동하면서 이런 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 언제까지 운동할지 모르겠지만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치열했던 남자 신인선수상은 한국전력의 전광인이 러시앤캐시의 송명근(4표) 이민규(3표)를 제치고 수상했다. 전광인은 28표 가운데 21표를 받았다. 전광인은 “한국전력의 시즌 성적이 나빴지만 우리 선수들은 코트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한국전력 배구단을 응원해 달라”며 팀에 대한 충성을 소감으로 밝혔다.

여자부 신인선수상은 도로공사 고예림이 27표를 받아 영광을 차지했다. 기권이 한 표로 사실상 만장일치였다. 챔프전 우승팀 감독에게 돌아가는 우승감독상은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과 GS칼텍스 이선구 감독이 받았다. 라이벌이자 친구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직접 꽃다발을 들고 무대에 올라와 신치용 감독을 축하해 눈길을 끌었다.



● 2013∼2014 NH농협 V리그 수상자 명단

▲특별상=러시앤캐시 정길호 단장
▲공로상=KOVO 김광호 상벌위원장, KBS 김민철 PD, NH농협 김태영 부회장
▲기준 기록상=수비 5000개(GS칼텍스 한송이) 서브 300개(현대건설 황연주) 블로킹 600개(현대건설 양효진) 블로킹 500개(LIG손해보험 하현용, 한국전력 하경민) 세트 1만개(현대캐피탈 권영민)
▲심판상=한상규(주/부심) 남영수(선심)
▲KOVO 마케팅상=GS칼텍스 강명원 단장, 현대캐피탈 안남수 단장.
▲기량발전상=IBK 기업은행 채선아, 우리카드 최홍석
▲페어플레이상=흥국생명 김혜진, 곽승석
▲우승 감독상=GS칼텍스 이선구 감독,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 개인상 수상자 명단

▲서브상=KGC인삼공사 백목화, 대한항공 마이클
▲블로킹상=현대건설 양효진, 우리카드 신영석
▲수비상=KGC인삼공사 임명옥, 대한항공 곽승석
▲세터상=현대건설 염혜선, 삼성화재 유광우
▲공격상=현대건설 양효진, 삼성화재 레오
▲득점상=KGC인삼공사 조이스, 삼성화재 레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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