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허영란 “나의 첫 경험은…가장 인상 깊은 사랑얘기”

입력 2014-04-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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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첫 연극데뷔작인 ‘마이퍼스트타임’에서 허영란이 첫경험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있다. 허영란은 “첫경험을 통해 지금의 사랑을 돌아보게 만드는 연극”이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제공|뉴벤처엔터테인먼트

■ 연극 ‘마이퍼스트타임’ 허영란

18년차 배우지만 연극은 이번이 처음
관객 소통·연기 자신감 회복 위한 도전
독백 연습하다 울며 뛰쳐나가기도…


연기자 허영란의 첫 연극 데뷔작은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후끈 달궜던 미국 연극 ‘마이퍼스트타임’이다. 요즘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따끈따끈하게 공연 중이다.

영어 제목 그대로 첫 경험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애틋하고 아련하고 어설프기까지 한 남녀의 첫 경험 이야기를 옴니버스 스타일로 묶었다. 네 명의 배우가 나와 하나씩 에피소드를 풀어놓는다. 허영란도 그 중 한명이다.

어쩐지 남자관객들은 객석에 앉아 있기가 좀 민망할 것도 같은데, 허영란은 “의외로 남자들이 많이 본다”고 했다. 젊은 연인이 대세지만 40∼50대 중년 남녀관객도 상당히 많단다. 오히려 젊은 관객들보다 더 깔깔대며 재미있게 본다는데.

허영란은 1996년 MBC 드라마 ‘나’로 데뷔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역시 1990년대 후반 최고의 인기를 모았던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허 간호사’가 강렬하게 남아있다. 허 간호사의 엉뚱하면서도 천연덕스러웠던 캐릭터가 마이퍼스트타임에서도 언뜻 언뜻 보인다. 그걸 찾아내는 일도 관극의 재미다.


● 독백 연습하다 울며 연습실을 뛰쳐나가기도

데뷔 18년차의 ‘중견배우’가 됐지만, 연극은 처음이다. 허영란은 “기회는 있었지만 선뜻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배우들의 무대를 보면서 “내가 할 수 있을까”하고 늘 의문이 들었단다. “저 많은 대사를 어떻게 다 외울까”, “무대에서 대사를 까먹으면 어쩌지”하는, 베테랑 연기자답지 않은 걱정도 들었다고 했다.

허영란은 “마이퍼스트타임을 하기로 했을 때는 개인적으로 자신감이 바닥이었던 상태”라고 고백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슬럼프를 겪고 있던 중 연극에 도전하게 됐다는 것. 연극만이 가진 ‘날것’의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스스로를 다잡고 자신감을 되찾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연습실에서 독백부분을 연습하다가 울면서 뛰쳐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허영란은 “너무 답답했다. 내가 이렇게 연기를 못 하는 애였나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럴수록 악착같이 연습했다. 연습이 시작되면서 매니저와 함께 다니지 않았다. 배우, 스태프와 조금이라도 더 친해지고, 교류하고, 배울 건 배우자는 생각에서였다. 매니저가 운전해주는 차대신 혼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연습이 끝나고 열리는 뒷풀이 자리에도 열심히 참가했다. 허영란은 “모든 중요한 일들은 뒷풀이에서 이뤄지지 않나요?”하며 웃었다.


● 첫경험은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경험

처음 서 본 연극무대는 어땠을까. 허영란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마음을 살짝 비우니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첫 공연을 마치고는 몰래 혼자서 울었다. 더 잘 하고 싶었는데, 스스로 만족할 수 없어서였다. 허영란은 “전형적인 A형”이라고 했다. 당차고 밝은 역할을 많이 맡아 왔지만 실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다. 다만 “일에 대해서는 철저한 편”이라고 했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애를 먹을 때가 많단다.

“마이퍼스트타임은 야하거나 퇴폐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첫경험과 첫사랑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첫경험, 첫사랑은 사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랑얘기가 아닐까.”

작품에 대한 팁 하나. 극의 막판에 배우들은 각자 자신의 첫경험 상대를 밝힌다. 허영란의 첫경험 상대는 누구였을까. 공연장에서 확인해 보시길.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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