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내린 두산 민병헌…이종욱 빈 자리 꽉 채웠다

입력 2014-04-11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민병헌이 10일 SK전에서 6회말 2사만루서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전상렬 코치와 주먹을 부딪치려 하고 있다. 민병헌은 이날 4타수 3안타 1볼넷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6회 2사 만루서 2타점 쐐기 적시타
김광현 상대로 4타석 출루율 100%
“믿고 1번 자리 맡긴 감독님께 보답”


두산 민병헌(27)은 올 시즌 1번 타자로 낙점됐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지난해 처음으로 시즌 3할 타율(0.319)을 넘기고, 9홈런·27도루·71득점·65타점의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친 그를 이종욱(34·NC)이 떠난 빈 자리에 배치했다.

1번 타자는 부담이 크다. 많은 타석에 들어서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이 요하고, 반드시 출루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민병헌도 시즌 초반 다소 고전했다. 초구에도 칠 수 있는 공이라고 생각이 들면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스타일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일각에서는 ‘민병헌은 1번보다는 3번이 어울리는 타자’라는 평가도 흘러나왔다.

민병헌도 고민이 많았다. 자책이 강한 성격상 팀에 미안함을 자주 내비쳤다. “이제 2군에 내려가야 할 것 같다”는 자조적인 농담까지 던질 정도로 스트레스가 컸다. 실제 시범경기에서 2할대의 타율을 기록하며 부진했고, 정규시즌에 돌입해서도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8일부터 시작된 잠실 SK와의 3연전에서 조금씩 민병헌다운 타격을 시작했다.

민병헌은 8일 잠실 SK전에서 동점타점에 이어 역전득점을 올리며 팀의 2-1,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더니, 10일에는 4타수 3안타 1볼넷 2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이날 1회부터 6회까지 4타석에서 모두 출루에 성공하며 1번 타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내용은 더 알찼다. 상대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1회 중전안타, 3회 볼넷, 5회 중전안타를 쳐내며 끊임없이 찬스를 만들어나갔다. 6회가 하이라이트였다. 2사 만루서 풀카운트의 끈질긴 승부 끝에 2타점좌전적시타를 뽑아냈다. 2-0에서 4-0으로 달아나며 승부의 쐐기를 박는 결정타였다. 더불어 김광현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민병헌은 지난해에도 부상에서 복귀한 김광현을 상대로 타율 3할(0.333)의 좋은 타격을 보였다. 김광현의 프로 데뷔 해였던 2007년에도 타율 3할을 기록하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좌완에이스를 곧잘 공략했다. 이날도 5회까지 2실점으로 위기를 잘 넘겼던 그를 융단 폭격하며 승리에 발판을 놨다. 1번 타자로 적응하기 시작한 민병헌 덕분에 두산은 2승1패로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4일 휴식에 돌입하게 됐다.


● 두산 민병헌=처음부터 1번을 맡기고 꾸준히 기용해주신 감독님께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1번 타자가 부담감도 크고, 원래 초구라도 원하는 공이 오면 치는 스타일이라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그런 내 맘을 알고 감독님이 날 편하게 해주시려고 ‘1회만 1번 타자’라고 하셨다. 나 역시 두 번째 타석부터는 내 스타일을 유지하려 한다. 사실 어제(9일)까지도 타격감이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어떻게든 컨디션을 끌어올리려고 아침에도 치고, 경기 끝나고도 치고, 쉬는 날도 쳤다. 조금씩 잡혀간다는 느낌이 든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뉴스스탠드